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155 조르바의 자유 조르바에게 서술자가 묻는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조르바는 언제부터 자유가 인간의 실존이 되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조르바는 예순 다섯으로 나온다. 조르바가 태어날 때부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치며 실존적 자유의 인간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 무슨 일을 겪어서 이런 삶의 태도가 형성되었을까?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물레방앗간집 마누라 궁둥짝, 인간의 이성이란 그거지 뭐.” 사람들은 모든 일에 합리적인 기준으로 공정함과 이해득실을 재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조르바는 이러한 인과적 논.. 2024. 1. 28. 고방 우리 집에서도 '고방'이라 했다 장독으로 안 쓰는 독에는 한 가득 홍시가 들어있어 겨우내 수시로 갖다 먹었다. 스케이트를 타거나 물고기를 잡는다고 추위에 한나절 떨다가 들어와 따뜻한 아랫목에 뜨근하게 데운 시루떡을 차가운 홍시에 찍어 먹던 맛을 잊을 수 없다. 외갓집 고방에서는 갈 때마다 늦가을 따서 재놓았다 밥그릇에 퍼주시던 고욤 맛이 외할머니의 곰방대와 웃음처럼 정겹고 푸근했다. 우리 아버지는 입버릇처럼 술은 광약(狂藥)이라 말씀하시면서 안 마셨기 때문에 음식 솜씨 욕심 많은 어머니도 술 담는 실력은 없으셨다. 딱 한 번 동네 술 잘 담는 아지매한테 배워서 술을 담았는데 성공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개복숭아, 머루 등을 넣고 소주를 부어 만든 과실주는 항아리들은 몇 개 있었다. 술 먹는 사람이.. 2024. 1. 26. 조르바처럼 가족을 떠나고 조국을 떠나고 민족을 떠나고 도자기 물레질에 걸리적 거린다고 손도끼로 집게손가락을 자랐지만 육욕의 갈등을 자르기 위해 거시기를 잘랐다는 금욕주의자에 대해서는 천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잘랐다고 도덕을 버리고 짐승처럼 어제를 버리고 내일도 버리고 희망마저 버리고 비로소 자유롭게 오늘 이 순간의 운명을 사랑하라 지금 이곳 지금 이때 지금 만나는 사람, 지금 먹고 있는 음식 지금 보고 있는 사물 지금 듣고 있는 소리 지금 하고 있는 행위에 오로지 몰입하라 지금의 모든 것을 기적으로 받아들이고 새롭고 찬탄하고 열광하라 롸잇 나우, 카르페디엠! 아모르파티! 언제든지 죽을 수 있도록 살아라 메멘토모리! 조르바처럼 살려면 조르바처럼 살고싶다는 마음부터 버려야 조르바처럼 (공백 제외 292자) 2024. 1. 24.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남자와 여자의 생리와 성향에 들어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동적이고 떠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남자는 배, 정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여자는 항구. 『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기도 항구 도시에서 시작된다. 선실에서 어머니와 자식, 남편과 아내, 친구와 친구의 이별들이 있다. 배는 뭍을 떠나 바다 위를 항해하기 위한 것이다. 배는 이별, 방랑, 항해, 여행을 상징한다. 주인공은 거의 남자다. 요즘은 여자들도 배를 타고 여행을 많이 하지만 배는 남성과 더 어울린다. 부두 노동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주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산다는 게 감옥이지”라고 말하자, “그.. 2024. 1. 23. 이전 1 ··· 13 14 15 16 17 18 19 ··· 3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