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찾아오는 부두의 이별이/ 아쉬워 두 손을 꼭 잡았나/ 눈앞에 바다를 핑계로 헤어지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남자와 여자의 생리와 성향에 들어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동적이고 떠돌아다니기 좋아하는 남자는 배, 정적이고 안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여자는 항구.
『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기도 항구 도시에서 시작된다.
선실에서 어머니와 자식, 남편과 아내, 친구와 친구의 이별들이 있다. 배는 뭍을 떠나 바다 위를 항해하기 위한 것이다. 배는 이별, 방랑, 항해, 여행을 상징한다. 주인공은 거의 남자다. 요즘은 여자들도 배를 타고 여행을 많이 하지만 배는 남성과 더 어울린다.
부두 노동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주제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산다는 게 감옥이지”라고 말하자, “그것도 종신형이고 말고, 빌어먹을”이라고 맞장구를 친다. 서술자와 조르바의 대화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생전에 자신이 마련해 놓았다는 카잔차키스의 묘비명에도 나온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이므로…….”
다분히 남성중심적이긴 하다. 남녀 차별이 아니라, 남자 인간으로서의 자유이다. 서술자는 조르바를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살아 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 낸느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母胎)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조르바는 니체가 말한 초인에 가깝다. 낙타와 사자의 단계를 초월한 순진무구하고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어린아이’다.
조르바의 어록 몇 개를 보자.
“새끼손가락 하나가 왜 없느냐고요? 질그릇을 만들자면 물레를 돌려야 하잖아요? 그런데 왼손 새끼손가락이 자꾸 걸리적거린느 게 아니겠어요? 그래서 도끼로 내려쳐 잘라버렸어요”
“하느님요? 자비로우시고 말고요. 하지만 여자가 잠자리로 꾀는데도 이거 거절하는 자는 용서하지 않을 걸요. 거절당한 여자는 풍차라도 돌릴 듯이 한숨을 쉴 테고, 그 한숨소리가 하느님 귀에 들어가면, 그자가 아무리 선행을 많이 쌓았대도 절대 용서하시지 않을 거라고요.”
“도 닦는 데 방해가 된다고 그걸 잘랐어? 이 병신아, 그건 장애물이 아니라 열쇠야, 열쇠”
“결혼 말인가요? 공식적으로는 한번 했지요. 비공식적으로는 천 번, 아니, 3천 번쯤 될 거요. 정확하게 몇 번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수탉이 장부 가지고 다니는 거 봤어요?”
“확대경으로 보면 물속에 벌레가 우굴우굴한대요. 자, 갈증을 참을 거요, 아니면 확대경을 확 부숴 버리고 물을 마시겠소?”
(공백 제외 1,274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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