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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6

시시포스 시시포스는 오늘도 바위를 밀어올린다끊임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끊임없이 밀어올린다 밀어올리지 않으면 굴러떨어지지 않을 바위를굴러떨어지도록 밀어올린다 굴러떨어지기 전에 밀어올리면밀어올릴 일이 없기에 굴러떨어진 다음에 또 밀어올린다 오늘도 나는 일을 한다끊임없이 일을 만들고끊임없이 해낸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일을일이 생기도록 또 한다더 이상 할 일이 없을까봐 일을 끝내기 전에 또 다른 일을 만든다 공허와 권태와 무료를 이기기 위해다 밀어올린 바위를 다시 굴러내린다 일의 고통을 잊고 또다른 일을 만든다이별의 슬픔을 잊고또다른 사람을 만난다 시시포스는 오늘도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린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을 읽으며 *이미지: 시시포스(티치아노베첼리오) 2024. 11. 4.
지난밤 꿈 속에서 지난밤 꿈 속에서10년 만에 그를 만났다 오늘 낮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지난밤에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볼까 오늘 낮에 그가 전화를 받는다면오늘 밤에 꿈속에서 다시 그를 만나 오늘 낮에 전화를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다고 말해볼까 매일 꿈속에서 그를 만나고 그 다음날 낮에 그에게 고마웠다고 그 다음날 꿈속에서 그를 다시 만나 고마웠다고일만 번을 거듭 말하면 꿈속에서 매일 습관처럼 그를 만날 수 있을까 이러고 있는데 그가 어깨를 툭툭 치며우린 이미 오래 전에 결혼했다고 꿈깨라고 한다면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을 읽다가....‘꿈에서 이웃집 부인의 엉덩이를 만졌다고 다음 날 아침 이웃집에 찾아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는 데라야마 수지(「미신을 믿을 권리」)의 인용된 말을 보다가...^^.. 2024. 11. 3.
허구는 나의 힘 허구(虛構) 사실에 없는 일을 사실처럼 꾸며 만든다사실처럼 꾸며 만든 소설을 읽으며 사실처럼 감동한다사실처럼 꾸며 만든 영화를 보며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느낀다 믿을 수 없어 믿음을 가진다순간순간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사실을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똑같은 사실처럼 꾸미며 동일하게 고정시킨다 이미 사실이 아닌 과거의 허구로 나는 산다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허구로 나는 산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끊임없이 나는 내가 아닌 사실의 흐름 속에끊임없이 사실처럼 만드는 허구의 힘으로 나는 산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를 읽으며 *이미지: (스테파노 델라 벨라) 2024. 11. 1.
허무 2 “죽음은 확실하다. 다만 그 시기만 불확실하다”, 중세 유럽의 광장 “산 자들이 당신에게 잘해주지 않았겠죠. 그러나 죽음은 당신에게 특별한 은총을 베풀어요”, 오스트리아 납골당 외벽 “육체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피부 껍데기의 아름다움일 뿐이다.… 만약 누군가가 여자의 콧구멍, 목구멍, 똥구멍에 있는 것을 상상해본다면, 더러운 오물밖에 떠오르는 게 없을 것이다”, 중세 어느 수도사 장자가 해골에게 다시 삶을 받겠느냐고 권하자, 해골은 군주도 신하도 없는 죽음의 세계에 머물겠노라며 그 제안을 사양한다. “내 어찌 인간 세상의 고단함을 다시 반복하겠는가”, 『장자』 지락 편 “인생이란 걸어다니는 그림자, 불쌍한 연극배우에 불과할 뿐/ 무대 위에서는 이 말 저 말 떠들어대지만/ 결국에는 정적이 찾아오지, 이것은.. 2024. 10.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