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127

거짓말, 의심과 믿음 “옛날 [효자로 유명한] 증삼이 비읍에 있을 때의 일입니다. 노나라 사람 가운데 증삼과 이름과 성이 똑같은 자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어떤 사람 가운데 증삼과 이름과 성이 똑같은 자가 사람을 죽였습니다. 어떤 사람이 와서 증삼의 어머니에게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했지만 그 어머니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태연하게 베를 짰습니다. 조금 뒤 또 한 사람이 와서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 라고 했지만 그 어머니는 역시 태연하게 베를 짰습니다. 그러나 조금 뒤 또다시 한 사람이 와서 증삼의 어머니에게 ‘증삼이 사람을 죽였습니다’라고 하자 그 어머니는 베 짜던 북을 내던지고 베틀에서 내려와 담을 넘어 달아났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어진 증삼에 대한 믿음이 있었지만 세 사람이나 그를 의심하자 겁을 먹었습니다. .. 2025. 3. 7.
서구 세계는 기독교적일까 기독교적이란 것은 무엇인가. 기독교의 신앙이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사랑 때문에 자신의 생명을 바친 구세주로서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이다. 그는 사랑의 영웅이며, 권력 없는 영웅이다. 그는 힘을 사용하지 않았고, 지배하기를 바라지 않았고, ‘소유’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는 ‘존재’의 영웅, 남에게 주는 영웅, 나누어 갖는 영웅이었다. 기독교의 영웅은 순교자였다. 최고의 목표는 신 또는 동포를 위해 자기의 생명을 바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순교자는 그리스와 게르만의 영웅들로 대표되는 이교의 영웅들과 정반대이다. 그들 영웅들의 목표는 정복하고, 승리하고, 파괴하고, 강탈하는 것이며, 그들의 삶을 충족시키는 것은 자부심, 권력, 명성, 뛰어난 살인의 기량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간의 가치는 권력을.. 2025. 3. 5.
피로스마니의 사랑 이서원의 산문집 『달골』을 읽었다. ‘숨뜨락에서 만난 사람들’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달골’이란 책 이름이 특이하다. 작가의 고향 동네 이름인가. ‘숨뜨락’이라는 조어가 작가가 시인임을 말해주는 듯하다.  책에 실린 산문은 지역 신문에 실었던 칼럼을 묶은 것이다. 비교적 짧아서 읽기에 편하다. 하나의 제목 아래 두 인물을 짝지어 글을 썼다.  홍대용과 엄성, 형가와 고점리, 소진과 장의, 사마천과 임안, 이광사와 김정희, 박목월과 조지훈, 안영과 마부, 박제가와 백영숙, 박지원과 유한준, 백이와 숙제, 이달과 허균, 여불위와 친구, 이덕무와 릴케, 조조와 진궁, 섭정과 섭영, 조조와 진궁, 아버지와 아들, 조동화와 장석주, 신흠과 윤오영, 문공과 개자추, 차치리와 신발 장수, 임제와 한우, 오기와 병사.. 2025. 3. 4.
인간의 대지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를 읽었다. 자전적 소설이라는데, 명상록이나 수상록에 가깝다. 명언이라 할 수 있는 문장들이 많다. “사실 그 어느 것도 잃어버린 동료를 대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랜 친구들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함께한 그토록 많은 추억들, 함께 겪은 수많은 고된 시간들, 그토록 잦았던 다툼과 화해, 마음의 움직임, 그런 보물만큼 값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우정은 다시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떡갈나무를 심어놓고 곧바로 그 그늘 아래 몸을 피할 수 있기를 바라는 건 헛된 일이다.”  “삶이란 게 그렇다. 처음 우리는 풍요로웠고 여러 해 동안 나무를 심었지만, 시간이 그 작업을 해체하고 나무를 베어내는 그런 시기가 온다. 동료들은 하나씩 우리에게서 자신의 그늘을 걷어낸다. 그리고.. 2025.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