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역으로 글쓰기/남만성선생『주역』(+에세이,점사)5

풍천소축- 꾸준하게 준비한 자여! 때가 멀지 않았다. 9. ䷈풍천소축 당장에 한줄기 퍼부을 것처럼 비를 밴 검정 구름이 나지막이 내리덮고 있건만 좀처럼 비는 되지 않고 있다. 그러한 어둡고 후텁지근한 하늘을 쳐다보고 있을 때처럼 가슴 답답한 노릇은 없다. 「어서 좀 쏟아졌으면!」 이렇게 정체와 기다림의 순간에 놓인 상태가 이 풍천소축괘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정체와 기다림의 상태는 멀지 않아 전진과 성취의 감격을 가져다줄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소축이라 함은 조금씩 저축한다, 조금 동안 막아 둔다, 조금씩 기른다는 뜻이다. 이제 검은 구름 속에는 비를 저축하면서 잠깐 땅 위로 내려가는 것을 막아 두고 있다. 그러나 그 비는 자꾸 큰비로 길러져 가고 있다. 머지않아 큰비는 내리고야 말 것이다. 기다리는 숨 막히는 순간 저 너머로 쏴! 하고 쏟아지는 비를 보.. 2024. 3. 7.
교착(交錯); 태평성대의 꿈, 지천태 11. 地天泰 (지천태) ䷊ 地天泰괘는 의 64괘 중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보이는 길운의 괘라고 한다. 땅을 의미하는 곤괘가 위에 있고 하늘을 상징하는 건괘가 밑에 있다. 하늘과 땅이 거꾸로 놓인 형상이다. 얼른 생각하기에는 그야말로 천지가 뒤집힌 역현상, 끔찍이 불길한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은 그렇게 해석하고 있지 않다. 하늘이 아래로 내려오고 땅이 하늘 위로 올라가면 천지가 뒤집힌다는 생각은 하늘과 땅을 하나의 생명 없는 물질적인 존재로 보고, 우리의 육안에 보이는 형태의 구성에만 구애하고 있는 정적인 천지관에서 오는 것이다. 사실 우리의 눈에 보이는 형태의 천지가 거꾸로 매달리게 된다면 큰 이변이 아닐 수 없다. 천지는 파멸하고 말 것이다. 하지만 여기 이 설명하고 있는「지천태」의 논리는 그런 .. 2024. 1. 26.
산화비 ㅡ지나치지 않는 경지에서 멈추기 22. 山火賁 (산화비) ䷕(산아래불) 艮上離下(간상리하) 비(賁)괘는 형통함을 상징한다. 비괘는 유가 강을 장식하여 주니 음양이 조화되어 형통함을 보여주고, 또 강이 유를 장식하여 주니 유는 원래 유약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강의 협력을 얻었기 때문에 작은 정도의 수행은 적극적으로 추진하여도 좋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처럼 음양이 서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것은 천체의 운행 현상이요, 문명이 그 정도를 지나치지 않는 경지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인류의 문화인 것이다. 천체의 운행 현상을 보고 천지의 변천을 살피며, 인류의 문화를 관찰하여 천하를 교화한다. (비 괘의 모양을 살펴보면 상괘와 하괘를 합하여 강을 의미하는 양효가 셋, 유를 의미하는 음효가 셋씩 있어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그 모양을 아름답게 하고 .. 2023. 4. 21.
화뢰서합- 위엄으로 정비하라 21. 火雷噬嗑 (화뢰서합) ䷔ (우레 위의 빛 - 離上리상 震下진하) 서합噬嗑괘는 발전을 의미한다. 위턱과 아래턱 사이에 물건이 끼어 있는 것을 씹고 있는 상태가 서합이다. 그 끼어 있는 물건을 씹어 끊으면 아래윗니가 서로 맞아서 형통하게 된다. 강강剛强을 상징하는 양 괘(진震)와 유화柔和를 상징하는 음 괘(리離)가 나누어져 있어 강성한 활동과 지성의 혁명을 갖췄으며 뇌명진雷鳴震괘와 전광리電光離괘가 합쳐 있어 위엄이 있고 빛이 있으니, 음효가 상괘의 중위를 얻어 왕자의 위치에서 정치를 행하니 비록 그 지위가 적당하지 못하나(오효는 양효의 위치이므로) 형벌을 시행하기에 좋다. 대상大象 - 뇌명의 위력과 전광의 밝음을 겸비한 것이「서합」의 괘상이다. 옛날 착한 군주는 이 괘상을 보고 형벌을 밝게 하고 법령.. 2023.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