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파동171 지상 낙원 사람들은 낙원을 꿈꾼다. 이생에 사는 유토피아가 지상 낙원이다. 죽어서도 천국에 가기를 원한다. 낙원(樂園), 파라다이스, 유토피아, 이상향, 천국……. 말 자체가 아이러니이고 역설(逆說)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낙원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간절하게 바란다. 바꿔 생각하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나 가능하고 너무나 쉽게 이룰 수도 있는 것이 낙원이다. ‘낙원’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그 기준은 내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파’에 대한 소개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사파는 ‘마지막 남은 지상 낙원’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지상 낙원일까. 사파에 사는 원주민 입장에서 지상 낙원일까. 관광객 입장에서 지상 낙원처럼 보인다는 것일까. 어쨌든 결국은 같다. 그러면 관광객들.. 2025. 4. 20. 밥 한번 먹자 지키지 않아 그냥 흘러내리고 말밥 한번 먹자는 말들을 한다 밥 한번 같이 먹는 사람이 많을 때는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이 별것 아니다 하루 한번 이상 밥 같이 먹는 사람한테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특별한 일이 없어도 밥을 같이 먹고밥 먹을 때 아무 말 하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은 식구 아닌가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사람이 줄어들 때30년을 넘게 혼로 밥을 드신 어머니를 생각한다 매일처럼 밥을 같이 먹지 않는 사람과밥 한 번 같이 먹는 일은 실로 큰일이다밥 먹을 장소를 정하고밥 먹을 시간을 내야 하는 일이다밥 먹으며 그 사람의 얼굴을 보는 일이다그 사람의 표정과 몸피를 보는 일이다그 사람의 신발과 머리카락을 보는 일이다그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와 감정을나에 대한 그 사람의 느낌을 보는 일이다다시는 마주.. 2025. 4. 5. 촌놈인가 지난 주말에 서울에 갔다. 친구 혼사도 보고 딸아이도 만날 겸. 서울역에서 지하 차도, 인도로 걸어서 버스 타는 곳까지 갔다. 뛰다시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역 광장을 나오는데 한 사람이 너무 급하게 뛰어가는 바람에 자동차 키를 떨어트렸다. 소리 쳤지만 듣지 못하고 달려가기 바빴다. 차 시간이 급했는 모양이다. 지나가던 한 사람이 자동차를 주워들고 그 사람에게 주기 위해 따라 뛰었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부딪힐 정도로 많았다. 서울에는 사람이 많긴 많구나! 20분을 넘게 기다렸다가 버스를 탔다. 노약자를 위한 좌석이 7개나 비어 있었고, 일반 좌석도 몇 개 보였다. 앉기 편한 노약자 좌석을 놔두고 불편한 뒷자리로 올라가서 우리 두 사람은 따로 앉았다. 캐리어와 음식이 든 가방을 놓기가 불편.. 2025. 3. 31. 파 양파는 대파든파는 까도 까도 또 나온다 겉보기와 다른 속이 나올까까보면 겉과 속이 똑 같다 뽑다가 부러져 죽었나 싶은데살아서 다시 올라온다 까도 까도 겉과 속이 똑같이 실망스런 놈이 있다까도 까도 겉과 속이 한결같이 괜찮은 놈도 있다 2025. 3. 11. 이전 1 2 3 4 ··· 4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