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은 낙원을 꿈꾼다. 이생에 사는 유토피아가 지상 낙원이다. 죽어서도 천국에 가기를 원한다.

낙원(樂園), 파라다이스, 유토피아, 이상향, 천국……. 말 자체가 아이러니이고 역설(逆說)이다. 인간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낙원은 불가능하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간절하게 바란다. 바꿔 생각하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나 가능하고 너무나 쉽게 이룰 수도 있는 것이 낙원이다. ‘낙원’의 기준은 주관적이고 그 기준은 내가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파’에 대한 소개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사파는 ‘마지막 남은 지상 낙원’이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지상 낙원일까. 사파에 사는 원주민 입장에서 지상 낙원일까. 관광객 입장에서 지상 낙원처럼 보인다는 것일까. 어쨌든 결국은 같다. 그러면 관광객들은 왜 지상 낙원의 주인인 원주민처럼 살려고 하지 않을까.
인간의 문명(文明)을 생각한다. 베트남 ‘사파’는 덜 문명화된 곳이다. 논도 계단식이고 경지 정리가 되지 않아 트랙터 등의 기계를 쓸 수도 없다. 길도 포장이 안 되고 좁다.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도시인들이 볼 때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지상 낙원’이라니.
인간의 모든 일은 ‘그침’에 따른 중용과 적절함이 필요하다. 왜 인간의 문명은 ‘그침’ 없이 발전(?)으로 질주만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살기 좋은 ‘지상 낙원’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까.
베트남의 ‘사파’도 전혀 문명화되지 않은 곳은 아니다. 구석기나 청동기 시대와 비교하면 어느 정도 문명화되었다. 그런데 왜 그 정도에서 그쳤을까. 도시 문명인들의 구경거리가 된 사파의 소수 민족은 여전히 ‘그침’을 유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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