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서울에 갔다. 친구 혼사도 보고 딸아이도 만날 겸.
서울역에서 지하 차도, 인도로 걸어서 버스 타는 곳까지 갔다. 뛰다시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서울역 광장을 나오는데 한 사람이 너무 급하게 뛰어가는 바람에 자동차 키를 떨어트렸다. 소리 쳤지만 듣지 못하고 달려가기 바빴다. 차 시간이 급했는 모양이다. 지나가던 한 사람이 자동차를 주워들고 그 사람에게 주기 위해 따라 뛰었다.
퇴근 시간이라 사람들이 부딪힐 정도로 많았다. 서울에는 사람이 많긴 많구나!
20분을 넘게 기다렸다가 버스를 탔다. 노약자를 위한 좌석이 7개나 비어 있었고, 일반 좌석도 몇 개 보였다. 앉기 편한 노약자 좌석을 놔두고 불편한 뒷자리로 올라가서 우리 두 사람은 따로 앉았다. 캐리어와 음식이 든 가방을 놓기가 불편했다.
한 정거장을 지나니 다른 사람들이 탔다. 노인이나 약자가 아닌데도 노약자 자리에 스스럼 없이 앉았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도 노약자 자리로 옮겼다.
몇 정거장을 가는 동안 60세가 넘은 나보다 더 노약자라고 볼 만한 사람은 타지 않았다. 두어 정거장을 더 갔을 때, 누가 봐도 80세는 넘어 보이는 할머니 한 분이 탔다. 나보다 훨씬 어린 2,30대 젊은이가 3명 정도는 노약자 좌석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 중에 누군가는 양보할 줄 알았다. 나는 두 명이 앉는 노약자석 창쪽으로 앉아 있었고, 내 옆에는 젊은 처자가 앉아 있었다.
나의 예상과는 달리 아무도 자리를 양보할 기미가 없었다. 모두 휴대폰에 눈을 박고 뗄 줄 몰랐다. 할 수 없이 내가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니 내 옆의 젊은 처자는 잽싸게 창쪽으로 자리를 옮겨 할머니가 앉기 편하게는 해줬다. 젊은 처자는 내가 다음 정거장에 내리는 줄 알았을까.
노약자가 없을 때 노약자 좌석을 비워놓는 것은 옳지 않다. 노약자가 타면 그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라는 의미로 노약자석은 시트 색깔도 다르게 하고 노약자 자리라고 표시를 별도로 해놓았으리라.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노약자석은 의미가 없는 듯했다.
집에 와서 딸아이게 그 이야기를 했다. 딸아이는 웬만큼 해서는 좌석에 앉지 않고 운동삼아 일부러 서서 간다고 했다. 노약자석에 앉더라도 노약자가 보이면 양보한다고 했다. 젊은이들은 직장 생활로 피곤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타고 갈 때는 좌석을 잡으면 양보를 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또 주로 노인들은 공짜로 타거나 저렴한 요금으로 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을 거라는 말도 했다.
노약자석은 약자를 배려해서 ‘공평’을 실현하자는 의도일텐데, 그것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또다른 ‘공평’을 생각하고 양보를 하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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