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亨)’자는 『주역』에서 자주 쓰이는 글자다. 괘사에 40번 나오고, 효사에 4번 나온다. 보통 ‘형통함’으로 해석한다. 중천건괘 괘사가 원형이정(元亨利貞)이다. 이를 사덕(四德)이라 부르며, 천지자연이나 춘하추동 사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따라서 원형이정은 동등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한 글자만으로 단사(彖辭)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은 ‘형(亨)’ 자밖에 없다.
정약용은 ‘형(亨)’은 ‘팽(烹)’, ‘향(享)’과 통한다고 말한다. 형(亨)은 형통함, 팽(烹)은 삶음, 향(享)은 제사 지냄이다. 제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음식을 삶아야 하고, 또 제사를 드리면 형통하게 된다. 세 글자는 이렇게 서로 통한다.
‘문언(文言)’은 ‘글에 의지해서 그 이치를 말함’이다. 64괘 중 중천건괘와 중지곤괘에만 「문언전」이 있다. 「문언」에서는 원형이정(元亨利貞)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원(元)은 선(善)의 으뜸이다. 형(亨)은 기쁘게 모이는 것이다. 이(利)는 의로움이 적절하게 조화된 것이다. 정(貞)은 일[事]의 근간(根幹)이다. 북송의 호원은 춘하추동의 사시와 인의예지신의 오상 개념과 연계하여 설명했다. 정이는 ‘원(元)’을 만물의 시작으로, ‘형(亨)’을 만물의 성장으로, ‘이(利)’를 만물이 저마다의 적합함을 얻음으로, ‘정(貞)’을 만물의 완성으로 정의했다. 제사는 신과 인간의 만남, 또 인간들의 만남과 모임이 이루어진다. ‘형(亨)’에는 신과 통함, 모임의 의미도 있다. 정약용은 ‘형(亨)’자를 ‘감이수통(感而遂通)의 뜻으로 풀이했다.
(공백 포함 777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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