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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조르바의 자유

by 두마리 4 2024. 1. 28.

조르바에게 서술자가 묻는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지요?”

자유라는 거지!”

 

조르바는 언제부터 자유가 인간의 실존이 되었을까?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조르바는 예순 다섯으로 나온다. 조르바가 태어날 때부터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을 외치며 실존적 자유의 인간이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언제부터 무슨 일을 겪어서 이런 삶의 태도가 형성되었을까?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 젊은 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물레방앗간집 마누라 궁둥짝, 인간의 이성이란 그거지 뭐.”

 

사람들은 모든 일에 합리적인 기준으로 공정함과 이해득실을 재고 판단하고 그에 따라 행동한다. 조르바는 이러한 인과적 논리와 합리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성은 육체적 본능에 종속되어 욕망과 감정을 합리화시켜 주는 도구라고 보는 것이다.

 

눈깔이 멀었지. 나보다 먼저 살고 간 사람들처럼 나도 개골창에 대가리를 집어넣었던 겁니다. 결혼해보았다, 이 말이지요. 그러고는 내리막길을 걸었어. 가장이 되고 집을 짓고 새끼를 둘씩이나 까고……

 

정상적인 가정 생활을 못한 것이 개인적인 무능력이나 무책임인지, 시대적 환경인지, 가족 구성원의 일탈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결혼과 같은 일반적인 사회적 관습에 대해 부정적이다. 결혼은 삶을 구속하고 나락으로 빠뜨린다고 말한다.

 

나는 팔던 잡화를 치워 놓고는 총을 들고 크레타 독립군에 가담했지요터키 놈들의 목을 얼마나 자르고, 터키 인들의 귀를 얼마나 술에다 절였는지무슨 미친 놈의 지랄을 한 것일까요?도대체 무슨 지랄이 도져 우리에게 별로 나쁜 짓도 안 한 놈들을 덮쳐 깨물고 코를 도려내고 귀를 잘라 내고 창자를 후벼 내면서도, 전능하신 하느님 저희를 도우소서, 그랬을까? 글쎄 전능하신 하느님이 귀와 코를 도려내어 작살내 버리기를 바란 것일까요!”

 

조르바는 종교와 하느님을 부정한다. 하느님이나 절대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나도 늘 회의적이다. 그런 절대적인 존재가 있어야 되는 것은 받아들인다. 적어도 언어 논리로 보면, 절대적인 존재가 없으면 상대적인 존재를 말할 수 없으므로 절대자는 있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으면 천국에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말은 믿기 힘들다.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힘일 터인데 하느님이 아량이 넓은 일개 인간보다 속좁고 째째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과도 모순되지 않은가. 죽어서 지옥 간다면 그것은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살아서 지옥 같은 삶이라면 그건 두려워할 만한다. 그러니 하느님을 믿으면 천당 가고 믿지 않으면 지옥 간다는 말은 비실존적인 하느님과 저승을 근거로 실존적인 이승의 삶을 협박하여 공포를 조성하는 것이고, 이는 특정 인간들의 언어적 술수에 불과하다.

 

조르바는 또 이렇게 말하면서 신과 부()에 대한 인간의 정열을 부정한다.

 

이 세상은 수수께끼, 인간이란 야만스러운 짐승에 지나지 않아요. 야수이면서도 신이기도 하지요. 마케도니아에서 나와 함께 온 반란군 상놈 중에 요르가란 놈이 있었습니다. 극형에 처해야 마땅한 진짜 돼지 같은 놈이었답니다.……이 개자식은 지갑을 꺼내어 터키 놈들에게서 빼앗은 금화를 주르륵 쏟아 내더니 한 누먹씩 공중으로 던지는 겁니다. 두목, 이제 자유라는 게 뭔지 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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