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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4

시시포스 시시포스는 오늘도 바위를 밀어올린다끊임없이 굴러떨어지는 바위를끊임없이 밀어올린다 밀어올리지 않으면 굴러떨어지지 않을 바위를굴러떨어지도록 밀어올린다 굴러떨어지기 전에 밀어올리면밀어올릴 일이 없기에 굴러떨어진 다음에 또 밀어올린다 오늘도 나는 일을 한다끊임없이 일을 만들고끊임없이 해낸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기지 않을 일을일이 생기도록 또 한다더 이상 할 일이 없을까봐 일을 끝내기 전에 또 다른 일을 만든다 공허와 권태와 무료를 이기기 위해다 밀어올린 바위를 다시 굴러내린다 일의 고통을 잊고 또다른 일을 만든다이별의 슬픔을 잊고또다른 사람을 만난다 시시포스는 오늘도 굴러떨어지는 바위를 밀어올린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을 읽으며 *이미지: 시시포스(티치아노베첼리오) 2024. 11. 4.
허구는 나의 힘 허구(虛構) 사실에 없는 일을 사실처럼 꾸며 만든다사실처럼 꾸며 만든 소설을 읽으며 사실처럼 감동한다사실처럼 꾸며 만든 영화를 보며 분노와 슬픔과 기쁨을 느낀다 믿을 수 없어 믿음을 가진다순간순간 시시때때로 변해가는 사실을하루에도 수십 번씩 같은 이름으로 부르며 똑같은 사실처럼 꾸미며 동일하게 고정시킨다 이미 사실이 아닌 과거의 허구로 나는 산다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허구로 나는 산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끊임없이 나는 내가 아닌 사실의 흐름 속에끊임없이 사실처럼 만드는 허구의 힘으로 나는 산다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김영민)를 읽으며 *이미지: (스테파노 델라 벨라) 2024. 11. 1.
거품 김영민,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허무하기에 인간의 모든 행위가 가능한 것 아닌가허무가 없다면 도대체 인간은 무슨 행위를 할 수 있을까그래서 또한인간은 어떤 행위를 해도 허무할 수밖에 인간은 거품과학자 몬티 라이먼, “피부는 인생... 한 사람의 몸에서 매일 떨어져 나가는 피부 세포는 100만 개 이상이고 이는 보통 집에 쌓인 먼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의 규모인데, 표피 전체가 매월 완전히 새로운 세포들로 교체되며 심지어 이런 흐름이 멈추지 않고 이루어지면서도 피부 장벽에 샐 틈도 생기지 않는다… 즉, 인간의 피부는 가장 이상적인 거품 형태라고”  인생은 거품맥주 거품, 라떼 거품, 비누 거품, 물거품, 수포(水泡), 물보라, 파도, 포말(泡沫)…부풀어 오르는 거품처럼 열정과 욕망도 부풀어 .. 2024. 10. 9.
허무, 어쩔... 친구에게 선물 받았다.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제목만 봐도 기가 찬다. 허무를 주제로 책을 쓰다니. 누구나 허무를 느끼지만 애써 모른 척하거나 피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프롤로그를 읽는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먼저 책 내용을 좀 길게 인용한다.  희망은 답이 아니다.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탈진 상태인 이들에게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희망은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 필요한 위안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선의는 답이 아니다. 선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인간의 선의가 무슨.. 2024.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