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 선물 받았다. 김영민의 『인생의 허무를 어떻게 할 것인가』. 제목만 봐도 기가 찬다. 허무를 주제로 책을 쓰다니. 누구나 허무를 느끼지만 애써 모른 척하거나 피하면서 살고 있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프롤로그를 읽는데, 글을 쓰고 싶어졌다. 먼저 책 내용을 좀 길게 인용한다.
희망은 답이 아니다.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탈진 상태인 이들에게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희망은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 필요한 위안이 되어야 한다.
인간의 선의는 답이 아니다. 선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인간의 선의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인간의 선의는 선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에게 가끔 주어지는 선물이 되어야 한다.
의미는 답이 아니다. 의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답이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텅 비어버린 이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역설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의미는 의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가끔 떠올릴 수 있는 깃발이 되어야 한다.
패러디를 해본다.
희망은 답이다.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는 답이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이미 탈진 상태인 이들에게 앞으로 희망이 있다고 말하면 그 말에 속아서 또 얼마간 이를 악물고 버틴다. 희망은 희망 없이 살 수 없는 사람들에게 늘 필요한 위안이 된다.
인간의 선의는 답이다. 선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는 답이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세상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찬 이들에게 인간의 선의는 사그라졌던 믿음을 불씨를 살린다. 인간의 선의는 선의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에게 늘 주어지는 선물이 된다.
의미는 답이다. 의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는 답이 아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텅 비어버린 이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역설하면 또 속아서 의미있는 인생이라고 착각한다. 의미는 의미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늘 떠올리는 깃발이 된다.
만약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
희망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인간은 무슨 힘으로 살까.
선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인간은 무슨 힘으로 살까.
의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상태가 된다면 인간은 무슨 힘으로 살까.
삶이 허무하지 않으면 인간은 무슨 힘으로 살까.
만약에, 그럴 리는 없겠지만,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무슨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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