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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by 두마리 4 2024. 6. 27.

고미숙의 호모 쿵푸스를 읽고 있다. 책 표지 제목 밑에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라는 말이 붙어 있다. 인간은 존재하는 한 공부할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또는 공부는 생존에 유리하다는 뜻일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사는 문제, 즉 생계에 지장이 없는데도 공부를 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의 공부가 특히 더 그렇다. 학교에 다닐 때는 대부분 어쨌든 잘 먹고 살기 위해서공부한다. 좋은 대학을 나오기 위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한다.

 

공부라는 말을 넓게 보면,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나 책을 읽는 것만 공부가 아니다. 인간이 생각하고 행위하는 모든 것은 공부가 된다. 주역 중천건괘의 문언전에 수업(修業)’이란 말이 나온다. 수업(修業)은 기술이나 학업을 익히고 닦는다는 뜻이다. 그냥 일이든 직업이든 잘하기 위해 익히고 닦는 모든 것은 공부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생존한다. 공부는 생존에 유리하다.

 

이 책에서 공부의 달인으로 예로 들고 있는 율곡의 격몽요결(擊蒙要訣)’에서 인용한 말이 인상적이다. “공부라는 것은 일상생활과 일 속에 있다이는 주역 중천건괘에 나오는 덕을 이룸으로 행실을 삼나니, 날마다 볼 수 있는 것이 행실이라는 말과도 상통한다. ‘격몽(擊蒙)’이란 말도 산수몽괘(山水蒙卦)의 효사에 나오는 말이다.

 

암송과 구술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과거에는 학교 공부에서도 암송을 많이 시켰다. 시도 몇 편씩 외우고 정비석의 산정무한이라는 수필의 일부를 외웠던 기억도 난다. 요즘은 거의 등한시하고 있는 암송의 힘을 역설하는 것에 관심이 쏠린다. 왕양명은 전습록에서 이렇게 말한다. “소리 내어 글을 읽도록 인도하는 것은 비단 그 지각을 계발시킬 뿐 아니라, 그 마음을 보존하고 올렸다 내렸다 하며, 그 뜻을 펴게 하는 것이다암송을 규칙적으로 하다 보면 신장의 기운도 튼실해진다고 한다. 암송은 할 때마다 그 의미를 음미하게 된다. 암송이 반복되면 그것을 이해하는 깊이도 달라진다. 사실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힘의 바탕은 암송이다. 암송을 하고 있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자유자재로 적용하고 인용하고 사용할 수 있다.

 

()을 받지 않은 사람의 생명력은 약할 수밖에 없다”(임성원, 평화나눔아카데미 강의록)는 인용에 눈길이 머문다. 가뭄으로 식물의 뿌리가 깊어져 더 튼튼해지고, 사람도 고난을 겪으면서 강해진다. 배우고 때로 익히는 공부가 즐거울 수도 있지만, 힘든 것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 공부이기도 하다. 공부는 일종의 극()이어서 생명력을 강하게 만들어준다.

 

()는 열정이다. 배움이란 스승으로부터 그 열정을 훔치는것이다

 

-호모쿵푸스(고미숙)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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