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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멈춤

by 두마리 4 2024. 5. 13.

베이비부머가 노년이 되었습니다(김찬호)를 읽었다. ‘삶의 리셋 버튼을 누르는 마흔 단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파국, 하산, 정정함, 전환, 눈물, 스토리텔링, 연민, 응시, 공동체, 경로, 험로, 복지, 손님, 자존, 망상, 고백, 지피지기, 멈춤, 줏대, 이순, 경청, 교학상장, 쓴소리, 탐구, , 유산, 독서, 도서관, , 성숙, 보람, 선배, 시간, 후회, 상실, 유병장수, 연명, 존엄, 마을, 우선순위.

 

나이 60쯤 되면 과거의 삶 중에 리셋해버리고 싶은 것들이 구분된다. 아니, 리셋해버리고 다시 살면 더 잘 살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흔 개의 단어 중에서 멈춤이 인상적이다. ‘멈춤에 시선이 멈추고 생각이 움직인다. 인용된 구절들이 인상적이다. “정력이란 천재의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은 통제의 능력이다. 그리고 알렉산드로스는 온통 정력이었다.”(윌 듀런트) “강물을 가장 쉽게 건널 수 있는 방법은, 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건너는 것이다.”(퍼블릴리어스 사이러스)

 

주역에서 멈춤이나 그침을 상징하는 괘는 간(艮䷲)이다. 움직임은 멈춤에서 비롯된다. 멈출 때 멈추고 움직일 때 움직여야 한다. 움직임과 고요함은 그 때가 알맞아야 한다. 멈추고 그치기가 어렵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다. 눈 앞에 보이면 욕망을 억제하기 힘들다. 등에서 멈추어 자신의 몸을 잊고, 뜰에서 걷더라도 등지고 그치면 그 사람을 보지 못하여 욕심을 멈출 수 있어 허물이 없다.

 

절제를 상징하는 절괘(節卦䷻)에도 그침의 도가 들어 있다. 그 괘사에서 절제는 형통하나 괴로운 절제는 올바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연못의 물도 절제를 잃고 넘쳐버리면 둑어 터져버린다. 인간 사회의 예()와 법도는 절제의 한도를 정한 것이고 그것을 기준으로 사람의 덕과 행위를 살펴서 평가를 하게 된다.

 

수괘(需卦䷄)의 기다림도 일종의 멈춤이다. 앞에 강물과 같은 위험이 있으면 그쳐서 기다려야 한다. 소축괘(小畜卦䷈)에도 그침의 도가 있다. 밀운불우(密雲不雨)! 구름이 빽빽하지만 아직 내리지 않는 것처럼 때가 무르익을 때까지 멈춰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중천건괘(重天乾卦䷀) 초효 잠긴 용은 쓰지 말라는 잠룡물용(潛龍勿用)과 중지곤괘(重地坤卦䷁)의 초효 서리를 밟으면 단단한 얼음이 이른다는 리상견빙지(履霜堅冰至)에도 멈춰서 조금 쌓아가는 도가 들어 있다.

 

(공백 포함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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