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155

아름다운 이별 정재찬의 『시를 잊은 그대에게』를 읽고 있다. 3장의 내용이 인상적이다. ‘떠나는 것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시뿐만 아니라 여러 사례를 인용하고 있다. 시(詩) 외에 ‘화려할 때 미련없어 떠난다’며 퇴장한 서태지, 김훈의 ‘자전거 여행’, 영화 ‘사랑과 영혼’, 라이처스 브라더스 ‘언체인드 멜로디’, 클로드 모네의 그림 ‘양산을 든 여인’을 인용하고 있다. 시로는 이형기의 ‘낙화’, 조지훈 ‘낙화’, 복효근의 ‘목련 후기’, 안도현의 ‘너에게 묻는다’, 김춘수의 ‘거울 속의 천사’ㆍ‘강우’, ‘바람’, ‘꽃’, 정지용 ‘유리창’ 등이 인용되고 있다. 떠남이나 이별을 말할 때 이형기의 ‘낙화’는 곧잘 인용되는 유명한 시구(詩句)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 2023. 11. 25.
스스로 그러함 도덕경 25장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떤 것이 혼돈스러운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천지보다 앞서 살고 있다.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모양도 없어라. 홀로 서 있으며 달라지지 않는다.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이 운행하면서도 어그러지지 않으니. 이 세상의 어미가 될 수 있다. 나는 그것의 이름을 모른다. 억지로 글자를 붙여 도(道)라 하고, 억지로 거기에 이름을 붙여 크다고 말할 뿐이다. 큰 것은 가게 되고 가면 멀어지며 멀어지면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도는 크고, 하늘은 크고, 땅은 크고, 왕도 또한 크다. 이 세상에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왕이 그 가운데 한자리를 차지한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인간 입장에서 천지(天地)보다 앞선 .. 2023. 11. 15.
상대적 불안감 나이 60인데 위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 본 적이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어떻게 간 크게 그럴 수 있냐는 표정이다. 내시경 검사가 이렇게 일반화되기 전에는 위 내시경이나 대장 내시경 검사를 했다고 하면 무슨 암이 발병했는가 싶어 깜짝 놀랐다. 내시경 검사라는 의학 기술이 나오기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한 번도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았다. 건강을 위해 검진을 해야 하는 항목 수는 자꾸 늘어간다. 원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검사라고 독촉장이 날아온다. 검사를 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협박한다. ‘나’보다 나의 건강을 훨씬 더 염려하고 걱정해주는 것 같다. 날아다니는 새들은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는다. 저런 새들은 건강검진의 의.. 2023. 11. 13.
진화적으로 안정한 전략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유시민)를 읽고 있다. “모양과 크기가 같은 한 쌍의 염색체를 ‘상동(相同)’ 염색체라고 한다. 상동염색체의 같은 위치에는 눈의 색이나 다리의 길이와 같은 형질을 결정할 때 경쟁하는 ‘대립유전자’가 있다. 대립유전자 가운데 자식에게 바로 발현되는 것을 우성(優性), 잠복하는 것을 열성(劣性)이라고 한다.” 높고 낮음, 밝음과 어둠, 길고 짧음, 있음과 없음, 좋음과 나쁨 등 세상만물도 모두 대립적이지 않은가. 어느 한 쪽이 발현되면 어느 한 쪽은 잠복하고, 어느 한 쪽이 우월하면 어느 한 쪽은 열등한 게 아닐까. 발현과 잠복이 고정돼 있지 않듯이, 세상의 모든 대립도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하는 게 아닐까. “환원은 복잡한 것을 단순한 것으로 나누어 단순한 것의 실체와 운동법칙을 .. 2023. 11.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