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경 25장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어떤 것이 혼돈스러운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천지보다 앞서 살고 있다.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모양도 없어라.
홀로 서 있으며 달라지지 않는다.
미치지 않는 곳이 없이 운행하면서도
어그러지지 않으니.
이 세상의 어미가 될 수 있다.
나는 그것의 이름을 모른다.
억지로 글자를 붙여 도(道)라 하고,
억지로 거기에 이름을 붙여 크다고 말할 뿐이다.
큰 것은 가게 되고
가면 멀어지며
멀어지면 되돌아온다.
그러므로 도는 크고, 하늘은 크고,
땅은 크고, 왕도 또한 크다.
이 세상에 네 가지 큰 것이 있는데
왕이 그 가운데 한자리를 차지한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으며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스스로 그러함을 본받는다.
인간 입장에서 천지(天地)보다 앞선 것은 우주 창조 즉 빅뱅 전의 상태다. 혼돈, 카오스이고, 무극(無極)이다. 빅뱅 이전에는 아무 소리도 없고 아무 모양도 없었을 것이다. 소리든 모양이든 만물의 형태는 빅뱅 이후에 인식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뭐라고 말하여 이름할 수 없다. 이름하여 말하면 적절하지 않게 된다.
빅뱅 이전에는 변화도 없지만, 폭발이나 팽창 이전이니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어그러짐도 없다. 혼돈이나 무극(無極)의 모습이다. 또는 지구에 사는 인간이 보는 하늘, 태양의 모습이다. 수십 억 년 동안 홀로 서 있고 달라지지 않으며 미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어그러짐 또한 없다. 세상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존재하게 만드니 만물의 어미라고 할 수 잇다.
빅뱅 이전이든 빅뱅 이후든, 또는 선천이든 후천이든 천체 우주의 원리는 유한한 인간의 말로 설명하거나 이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이 뭐라고 말한다면 도(道)라고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주는 크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태양을 돌고 태양은 지구, 화성, 수성, 목성 태양계 행성을 데리고 은하계 중심을 초속 200킬로미터로 도는데 2억 5천만 년이 걸린다. 우주에는 대략 은하계가 2조개 정도 있고, 태양계가 있는 은하계에 별이 3천억 개가 있다고 한다. 우주는 끝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계속 팽창 중이라고 한다.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우주도 무질서도가 최고에 달하고 모든 물질은 모두 흩어져 입자로 돌아간다는 ‘열 죽음’ 이론이 있다. 또는 우주는 언젠가 팽창을 멈추고 중력 수축을 하면서 빅뱅 이후 벌어진 과정을 거꾸로 밟게 된다는 ‘대함몰’ 이론이 있다. 또는 대폭발과 대함몰을 반복한다는 ‘빅 바운스’ 이론이 있다.
태양이 부풀어 올라 지구를 삼킬 때까지 45~50억년이 있다고 한다. 인류가 멸절하지 않는한 인간 세상에는 누군가 왕이 되어 중심을 자처한다. 인간의 생존은 땅의 기운이나 생태를 벗어날 수 없다. 땅 위에서 벌어지는 만물의 생장과 소멸은 하늘 즉 태양의 기운과 변화를 벗어나서 가능할 수 없다. 지구와 다른 행성, 또는 태양과의 공전 주기와 인력과 궤적 등은 인간의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스스로 그러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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