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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155

사랑일까 내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만큼 그 상대는 내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꼭 관심이 없는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 내가 매력을 못 느끼는 것에 비례해서 상대는 내가 매력적인 모양이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면 그것도 일방적으로 혼이 빠질만큼 좋아하면 어찌 그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지 않으랴, 목소리도 떨리지 않을 수 있으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대한테라면 멋있게 쿨하고 태연자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유혹하는 건 정말 어려울 것이고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유혹하기란 쉽지 않을까 사랑은 나를 버리게 만든다 그렇게도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던 내가 사랑을 하게 되면 나는 온데간데 없고 철저히 사랑하는 그 상대가 좋아할 만한 일.. 2024. 3. 12.
우연히 마주친 ‘불멸’ 化雲心兮思淑貞(화운심혜사숙정) 구름 마음 되어 순결하자 맹세컨만 洞寂寞兮不見人(동적막혜부견인) 깊은 골 괴괴한 절간 사람은 안 보이네 瑤草芳兮思芬蘊(요초방혜사분온) 꽃 피어 봄 이리 설레니 將奈何兮是靑春(장내하혜시청춘)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660년에 태어나 693년에 죽은 설요(薛瑤)라는 여자가 열다섯에 스님이 되었다가 스물 한 살에 환속하며 남겼다는 시다. 김훈이 『자전거 여행』에서 뒤의 두 구절을 인용한다. 꽃 피어 봄 마음이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그리고, 이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이것은 대책이 없는 생의 충동이다. 그 충동은 위태롭고 무질서하다. 이를 박웅현이 『책은 도끼다』에서 김훈이 인용한 설요의 시와 김훈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나는 다시 인용의 인용을.. 2024. 3. 10.
결핍의 역설 사람들은 모자람보다는 풍부함을 더 원한다. 하지만 결핍이 주는 간절함과 그에 따른 성장과 발전, 만족도 의미가 크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책은 도끼다』에 인용돼 있는 한시(漢詩)다. 파랑새 이야기와 유사하다.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틸틸과 미틸이 온갖 곳을 전전하며 찾다가 집에 와보니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한 삶을 위해 온갖 노력과 고생을 하며 한 평생을 보낸다. 그러다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행복을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닌 결핍이나 간절함이 없었다면 창가 매화가지에서 봄을 느꼈을까... 2024. 3. 7.
같은 물음, 다른 대답 염구가 공자에게 물었다. “(의로운 일을)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행해야 한다.” 자로가 물었다. “(의로운 일을)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아버지와 형이 계신데 어찌 들은 것을 바로 행하겠느나?” 자화가 이를 의아해했다. “감히 여쭙겠습니다. 어째서 같은 질문에 달리 대답하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염구는 머뭇거리는 성격이므로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준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용감하므로 물러나게 한 것이다.” 점(占)을 칠 때도 물음이 중요하다. 같은 괘가 나와도 물음이 다르면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 같은 물음에 같은 점괘가 나와도 묻는 사람이 다르면 해석을 달리 해야 한다. 같은 물음에 같은 점괘가 나오고 묻는 사람이 같아도 상황이 달라졌으면 달리 .. 2024.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