化雲心兮思淑貞(화운심혜사숙정)
구름 마음 되어 순결하자 맹세컨만
洞寂寞兮不見人(동적막혜부견인)
깊은 골 괴괴한 절간 사람은 안 보이네
瑤草芳兮思芬蘊(요초방혜사분온)
꽃 피어 봄 이리 설레니
將奈何兮是靑春(장내하혜시청춘)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660년에 태어나 693년에 죽은 설요(薛瑤)라는 여자가 열다섯에 스님이 되었다가 스물 한 살에 환속하며 남겼다는 시다.
김훈이 『자전거 여행』에서 뒤의 두 구절을 인용한다.
꽃 피어 봄 마음이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그리고, 이 시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이것은 대책이 없는 생의 충동이다. 그 충동은 위태롭고 무질서하다.
이를 박웅현이 『책은 도끼다』에서 김훈이 인용한 설요의 시와 김훈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나는 다시 인용의 인용을 인용하고 있다. 인용을 통한 불멸을 본다.
열 다섯부터 스물 한 살까지
해마다 꽃은 피었건만
하필이면 스물 하나에 꽃 피듯이
부풀어 터지는 마음을 참지 못했을까
밀란 쿤데라의 『불멸』을 다시 보고 싶다.
한 순간의 아름다운 동작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기에 뇌리에 박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불멸의 역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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