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사랑일까

by 두마리 4 2024. 3. 12.

내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매력을 느끼는 만큼 그 상대는 내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다

꼭 관심이 없는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

내가 매력을 못 느끼는 것에 비례해서 상대는 내가 매력적인 모양이다

 

아무튼 내가 좋아하면 그것도 일방적으로 혼이 빠질만큼 좋아하면

어찌 그 앞에서 얼굴이 빨개지지 않으랴, 목소리도 떨리지 않을 수 있으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상대한테라면 멋있게 쿨하고 태연자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을 유혹하는 건 정말 어려울 것이고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유혹하기란 쉽지 않을까

 

사랑은 나를 버리게 만든다

그렇게도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던 내가

사랑을 하게 되면 나는 온데간데 없고

철저히 사랑하는 그 상대가 좋아할 만한 일만 하려든다

잘 하거나 못 하거나 상대의 욕망의 지속이 잘 유지되면 숨겼던 재능이 꽃피기도 하리라

 

사랑은 불완전할수록 견고하다

콩깍지 씌이듯 도대체 무엇을 보고 반했는지 모르고 반했을 때가 황홀하다

퓌라미스와 티스베가 구멍을 통해 엿보다가 사랑에 빠졌듯

손끝만 보고 발끝만 겨우 보고 나머지 모든 것을 상상해버린다

아니, 나머지 모든 것은 아예 생각하지 않는다

빠지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사랑의 균열이 가면서부터 시작된다

사랑을 하고 있을 땐 그것이 사랑인줄 모른다

굳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할 여유가 없다, 사랑의 틈이 없으니까

헤어질 결심이 드는 순간부터 사랑은 시작된다

 

사랑의 권력은 바람이 적은 쪽이 쥐게 된다

뭘 더하고 싶은 쪽이 상대를 더 사랑한다

더 사랑하면 사랑의 게임에서 지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사랑의 승자가 된다

사랑에서는 상대에게 아무 의도도 없고, 바라는 것도 구하는 것도 없는 사람이 강자가 된다

사랑하지 덜 해서 사랑의 승자가 될 것인가, 사랑을 더 해서 사랑의 패자가 될 것인가

 

-책은 도끼다(박웅현) 3장 알래 드 보통의 사랑에 대한 통찰을 읽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