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자람보다는 풍부함을 더 원한다. 하지만 결핍이 주는 간절함과 그에 따른 성장과 발전, 만족도 의미가 크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녔으나 보지 못했네
짚신이 닳도록 먼 산 구름 덮인 곳까지 헤맸네
지쳐 돌아오니 창 앞 매화향기 미소가 가득
봄은 이미 그 가지에 매달려 있었네
『책은 도끼다』에 인용돼 있는 한시(漢詩)다. 파랑새 이야기와 유사하다. 행복을 상징하는 ‘파랑새’를 틸틸과 미틸이 온갖 곳을 전전하며 찾다가 집에 와보니 파랑새는 집에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한 삶을 위해 온갖 노력과 고생을 하며 한 평생을 보낸다. 그러다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소박하고 단순한 삶의 행복을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한다.
하루 종일 봄을 찾아다닌 결핍이나 간절함이 없었다면 창가 매화가지에서 봄을 느꼈을까. 바깥에서 고생하며 파랑새를 찾는 과정이 없었으면 집안에서 파랑새를 발견했을까. 온갖 고생을 하지 않고서 어릴 때부터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소박한 삶의 참맛을 알게 될까.
글도 풍부함보다는 덜어내어 결핍되게 했을 때 오히려 의미와 심상이 풍부해진다.
“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최인훈의 『광장』에 나오는 문장이다. 『책은 도끼다』에 저자가 인용해놓았다. 『광장』은 나도 두어 번 읽은 소설이다. 이런 문장이 있었다니. 주인공 이명준을 중심으로 한 서사만 기억난다. 아마 저자는 광고를 만드니까, 광고 제작에 좋은 아이디어나 발상이 될 수 있는 문장들을 찾으며 읽을 것이다. 박웅현은 인용의 천재로 불린다.
외로움은 분리이고 이별이며 결핍이다. 사람들은 만나서 보고 만짐으로써 외로움을 해소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을 보이는 물질로, 들리는 말로, 냄새나는 체취나 음식으로, 만질 수 있는 몸을 통해 표현하고 느낀다.
글 중에 결핍이 가장 심한 것이 시(詩)다.
할미꽃이
비를 맞고 운다
비가 얼마나 할미꽃을 때리는동
눈물을 막 흘린다
초등학교 3학년이 쓴 ‘할미꽃’이다. 많이 맞아서 울어본 경험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시이다. 시에 이입된 초등학생의 감정을 생각하니 가슴 아프게 짠하다. 이 시도 박웅현이 『책은 도끼다』에 인용해놓았다. 이오덕의 『나도 쓸모 있을 걸』에 나오는 시다. 나도 한때 이오덕 선생의 책에 나오는 아동시들을 많이 인용했었다.
시간의 결핍은 바쁘고 부지런히 움직이게 만든다. 능력의 결핍은 더욱 열심히 노력하게 만든다. 배고픔은 음식을 맛있게 만든다. 목마름은 물맛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모자라는 열등은 나를 분발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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