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파동167 미음(ㅁ) 미음(ㅁ) 비 오는 날 시를 쓸 때는 ㅁ이 들어가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미음에는 물기가 있다 비 오는 아침에 걷다가 보도블록에 미끄러질 뻔 꽉 잡을수록 더 미끄럽게 빠져나가는 미꾸라지 물미역, 물기 있는 다시마…… 이런 시어는 잘 잡히지 않는다, 비 오는 날엔 차라리 물이 흐르다 ㄹ이 흘러버려 고인 무논 미나리꽝의 미나리가 어떨까 아니면 둥근 물문 무지개나 용틀임하듯 별 흐르는 미리내는 어떨까 물결이 물비늘처럼 아니 물보라 이는 물살이 물줄기 되어 말도 안돼, 미치겠다 비 오는 아침에 나무 줄기에 물오른 물빛을 시상이 물여울처럼 넘실거리는 머릿속을 물끄러미 들여다보다 아차차, 할 말이 미끄러져 흘러버렸다 이런, miss… 건드리면 비처럼 쏟아질까 그 마음 missing 그리움 아무튼 미안! 2023. 5. 19. 그 어느 구석에 [그 어느 구석에] 쏟아지는 비 맞으며 좋아하다 빗물로 패인 길 걷기 싫어 평평하게 밀어버리고 아스팔트 포장을 한다 흩날리는 눈송이 미친 개처럼 좋아하다 눈 녹아 질척거리는 길 걷기 싫어 늘 단단하고 굳건하게 콘크리트로 포장한다 행여나 틈 생길까 혹시나 빈 곳 있을까 시간 잘라 다지고 공간 블록으로 나누어 네모나게 기계처럼 아귀 맞춘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그 어느 구석 희망처럼 잡초가 자라고 있다 잡초에서도 꽃이 피고 있다 2023. 5. 16. 비몽사몽(非夢似夢) [비몽사몽(非夢似夢)] 어느날 그놈이 만나지 말자고 했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만나자고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보고싶다 문자 해도 씹었다 깜짝 놀라 볼을 꼬집어 보니 아프지 않았다 꿈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 그놈을 생각하는 데 그놈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놈을 생각하고 싶을 때 어디서나 그놈을 마음대로 생각했다 그놈을 그리워하는 데 그놈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놈을 그리워하고 싶을 때 어디서나 그놈을 그리워했다 위대하구나 간편하구나 빛보다 빠르구나, 짝사랑! 언제 어디서나 그놈을 마음대로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걸 그놈은 모른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맘대로 생각하고 맘대로 그리워하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놈을 만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먼저 꿈.. 2023. 5. 14. 배롱 [배롱나무] 화로 품은 배롱(焙籠) 안아 몸이 뜨거운 배롱나무 흰 눈 내리는 겨울에도 얇은 옷도 자꾸 벗어버려 맨 살결 드러내 흰 무늬 미끈한 몸매 주체 못할 뜨거운 기운 아는지 모두들 새싹 틔우는 4월초 싹둑싹둑 말끔하게 가지 잘려 몽땅하게 잘린 몸뚱아리에서 하루가 다르게 밀어올리는 붉은 욕망 그래, 두고보자!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꽃이 아니야, 백일홍(百日紅)! 백일 정도 토해내야 겨우 가라앉는 붉은 뜨거움 2023. 5. 11.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