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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167

때죽나무 [때죽나무] 이밥 닮아 이팝나무 조밥 닮아 조팝나무 밥풀 떼먹다 죽은 며느리 밥풀 닮아 며느리밥풀꽃 가지 꺾어 물에 넣으면 물 푸레 물푸레나무 때죽나무 때죽나무 하필 때죽이냐 때 벗겨 죽 끓여 때죽이냐 나란하게 달린 둥근 열매 떼거리로 모인 중 닮아 떼중이냐 열매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 떼로 죽어 떼죽이냐 쭉- 찢어버리고 싶어 쭉나무냐 쫑 내고 싶어 쫑나무냐 때려 죽이고 싶어 때때로 죽고 싶어 때죽나무냐 내가 그 때죽나무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나에겐 그 때죽나무가 그냥 나무에 지나지 않았다 밖으로 진한 향기 뿜으며 속으로 독을 품는 때로 죽이는 매력에 걸맞는 잊혀지지 않는 이름을 불러주고 싶다 2023. 5. 10.
가장 견딜 만한 적당한 거리 [가장 견딜 만한 적당한 거리] “어느 추운 겨울날, 고슴도치 한 무리가 서로의 체온을 이용하여 얼어 죽는 것을 면하려고 가까이 모였다. 그러나 그들은 곧 다른 고슴도치의 가시를 느끼고, 다시 떨어졌다. 그런데 온기에 대한 욕구가 그들을 점점 가까이 모이게 했고, 그러자 또다시 불상사가 일어났다. 그래서 그들은 추위와 가시라는 두 가지 고통 사이를 오락가락하다가, 마침내 가장 견딜 만한 적당한 거리를 찾아냈다.” 쇼펜하우어의 비유다. 너무 떨어져도 문제고, 너무 가까워도 문제다.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다. 아주 멀리 있고, 전혀 만나지도 않는 사람과는 그 거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부부, 친구, 부모와 자식, 직장 동료, 직장의 상사나 부하, 이웃한 민족이나 나라. 물건이나 일도 마찬가지다. 이런 관계.. 2023. 5. 6.
감자 산곶 [감자 산곶] 여름날 오후, 산골 아이들은 소 먹이러 가는 것을 제일 좋아했다. 소 먹이러 가지 않는 날은 소를 부리는 날이다. 그런 날은 부모님 따라 논밭에 가서 일을 해야 했다. 소를 고되게 부릴 때는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소가 잘 먹는 풀들만 베어서 줘야 했다. 소가 며칠 동안 힘든 일이 계속 하면 좋아하는 풀도 먹지 않는다. 소는 다치거나 탈이 생기면 다 나을 때까지 단식을 한다. 수의사가 없던 시절이다. 본능일 것이다. 배탈이 났을 때 다 나을 때까지 굶는데 안 나을 리가 없다. 외부에 상처가 생겼을 때도 소는 굶었다. 나중에 단식에 관심이 생겨 찾아 보니, 인간도 마찬가지였다. 굶으면 인간의 생체 기능이 탈이 생기거나 상처가 난 데 집중되어 빨리 낫는다고 한다. 단식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것은.. 2023. 5. 4.
고삐 [고삐] 과거는 흘러갔다. 아니, 흘러가버린 것이 과거다. 어찌할 수 없다. 하지만 과거만큼 의미가 명료한 것은 없다. 현재는 진행 중이고, 미래는 닥치지 않아서 모르거나 어찌할 수 없다. 나의 과거를 부정하면 현재와 미래의 나도 부정된다. 지나가버린 과거가 현재의 발목을 잡거나 미래를 좌우하는 고삐가 될 수도 있다. 고삐는 이제 거의 흔적만 남은 과거의 말이다. 고삐는 말이나 소를 몰거나 부리려고 재갈이나 코뚜레, 굴레에 잡아매는 줄이다. 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다. 말에게는 재갈을 물리고, 소한테는 코뚜레를 꿰었다. 말은 보기 힘들었고, 소는 흔하게 볼 수 있었다. 코뚜레는 소의 코청을 꿰뚫어 끼는 나무 고리다. 노간주 나무를 많이 썼다. 닳거나 부러지는 경우를 대비해서 적당한.. 2023.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