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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167

새벽에 소쩍새 소리를 듣다 새벽 네 시에 잠이 깼다. 어젯밤에 일찍 잠든 탓일까. 소쩍 소쩍 분명히 2음절로 들린다. 솟소쩍도 아니고 소쩍이다. 어릴 때 시골에서 저녁 무렵에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어린아이가 새벽에 깰 리가 없으니 못 들었으리라. 농부들은 여름철에 새벽같이 나가서 아침 9시 정도까지 일하고 한참 더운 대낮엔 쉰다. 그러다 해가 빠질 4시 이후에 들에 나가 저녁 8시까지 일하곤 한다. 아침 일찍 농사일을 나가려다 보니 새벽 3~4시 쯤에는 잠을 깨곤 했으리라. 농사 짓는 농부가 소쩍새 소리를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솥이 적게 느껴질 정도로 풍년이 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소쩍 새 울음이 ‘소쩍’으로 명확한 건 아니다. 어떤 솟소쩍, 어떤 때 소찌르르로 날 때도 있다. 그 소리에 따라 그 해에 풍년.. 2023. 5. 27.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엄마, 자줏빛 꽃이 층층이 피어나는 풀 이게 뭐야 그건 장구쟁이지 꽃모양이 장구모양인가, 층을 이루어 장구모양인가 이것도 먹어? 먹긴 하지 광대나물이라고도 암튼 광대를 닮은 구석이 있구만 작고 앙증맞은 꽃이 정말 예쁘네 엄마, 노란꽃이 피는 풀 이게 뭐야 아따 고건 애기똥풀이제 하 이름이 재미 있네 노란 꽃이 샛노란 애기똥 닮았나 대궁 꺾으면 차오르는 노란 진액이 애기똥 닮았나 이것도 먹어? 먹진 않고 약으로는 쓰기도 하지 엄마, 이게 뭐야 꽃은 국화를 닮은 것 같기도 아이구 야야, 고건 망초꽃이여 망초도 먹어? 그것도 먹긴 하지 장구쟁이 진한 보랏빛 꽃 피운지 오래 애기똥풀꽃 지천으로 노랗게 피어나고 망초꽃도 피기 시작하는데 어머니는 90일째 숨만 쉬네 눈만 깜빡거리네 이게 뭐야 도대체 이게.. 2023. 5. 26.
대나무 대나무 나무면 어떻고 풀이면 어떠리 절개면 어떻고 지조면 어떠리 가만히 보면 남몰래 낙엽 지우지 한 번에 쭉 뽑아올리듯 커고는 야물어지기만 하는 사람도 너같은 건 없지 마디마디 매듭짓고 마디마다 속을 비워 휘었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매끄럽고 팽팽한 탄력 열받으면 마디마디 폭죽(爆竹) 인간이 너 같을 리 없지 무리 이루면 아무것도 그 속에선 좀처럼 견뎌내지 못하지 독한 것! 지진도 견뎌낼 듯 뿌리째 엉기는 무서운 결속 네가 인간 같을 리 없지 2023. 5. 25.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얻는 방법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얻는 방법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있다. 고통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우리 자신의 육체다. 죽을 때까지 아무 곳도 아프지 않고 멀쩡한 사람은 없다. 다치고 아프고 병들고 늙고, 결국엔 죽어서 썩는다. 둘째는 외부 세계다. 자연 환경이다. 이것은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파괴력으로 우리를 덮칠 수 있다. 흔히 말로는 천벌을 받을 놈이니, 벼락맞아 죽을 놈이니 한다. 하지만 자연은 이성이나 감정이 없다. 인간 사회의 선악이나 시비에 따라 골라서 지진이 나고 태풍이 불지 않는다. 셋째는 타인들과의 관계다. 불필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숙명적인 고통이다. 육체가 고통의 원인이지만, 모든 쾌락을 육체를 통해서 느낀다. 사랑을 할 때는 압도적인 쾌감.. 2023. 5.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