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얻는 방법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말이 있다. 고통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우리 자신의 육체다. 죽을 때까지 아무 곳도 아프지 않고 멀쩡한 사람은 없다. 다치고 아프고 병들고 늙고, 결국엔 죽어서 썩는다. 둘째는 외부 세계다. 자연 환경이다. 이것은 압도적이고 무자비한 파괴력으로 우리를 덮칠 수 있다. 흔히 말로는 천벌을 받을 놈이니, 벼락맞아 죽을 놈이니 한다. 하지만 자연은 이성이나 감정이 없다. 인간 사회의 선악이나 시비에 따라 골라서 지진이 나고 태풍이 불지 않는다. 셋째는 타인들과의 관계다. 불필요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숙명적인 고통이다.
육체가 고통의 원인이지만, 모든 쾌락을 육체를 통해서 느낀다. 사랑을 할 때는 압도적인 쾌감을 느끼고, 그 사랑을 잃어버렸을 때 불행을 느낀다. 배 고픔의 고통 뒤에 배 부름의 쾌감을 느낀다. 마라톤이든 등산이든 힘들게 하는 과정이 고통이라면 그것이 끝난 뒤에 느끼는 것은 쾌감이다.
우리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도록 만드는 강력한 편향으로 고통을 완화시키기도 한다. 직업을 가지거나 노동을 하는 것도 일종의 편향이다. 일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에는 관심이 그쪽에만 쏠려 고통을 가볍게 생각하거나 잊는다. 과학적 활동도 편향이다. 본능적 욕구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 승화시키기도 한다. 그 힘으로 학문을 연구하고 창작 활동을 함으로써 쾌감을 얻기도 한다. 대리 만족을 통해 고통을 줄이기도 한다. 예술은 대리 만족이다. 마취를 통해 고통을 무감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술이나 마약은 마취다. 종교는 편향이고 대리 만족이고 일종의 마취라고 할 수 있다.
외부 세계의 자연은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온갖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땅 위에서 하늘에서 바다에서 산에서, 비오고 바람 불고 눈이 오는 자연 속에서 인간은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온갖 쾌감을 누린다.
타인과의 관계는 인간의 문명이다. 가족, 국가, 사회에서 인간은 상호 관계를 맺고, 온갖 제도와 문화를 만든다. 그 속에서 사랑과 미움, 협력과 갈등, 평화와 전쟁 등 온갖 문제들이 일어나고 고통을 겪기도 하고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역사적으로 발전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불완전하고 문제 투성이다.
고통은 쾌락과 붙어 있다. 괴테는 화창한 날이 계속되는 것만큼 견디기 어려운 것은 없다고 했다. 화창한 날만 계속된다면 망한다. 궂은 날이 있으니 화창한 날도 있다. 가득 차면 이지러진다. 골짜기가 있으니 봉우리도 있다. 밤이 있으니 낮이 있다. 죽음이 있으니 삶이 있다. 인간은 오직 대조(對照)에 의해서만 고통이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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