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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비몽사몽(非夢似夢)

by 두마리 4 2023. 5. 14.

[비몽사몽(非夢似夢)]

 

어느날 그놈이 만나지 말자고 했다

깜짝 놀라 깨어보니 꿈이었다

 

만나자고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보고싶다 문자 해도 씹었다

깜짝 놀라 볼을 꼬집어 보니 아프지 않았다

꿈이었다, 차라리 잘 됐다

 

그놈을 생각하는 데 그놈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놈을 생각하고 싶을 때 어디서나 그놈을 마음대로 생각했다

 

그놈을 그리워하는 데 그놈의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놈을 그리워하고 싶을 때 어디서나 그놈을 그리워했다

 

위대하구나 간편하구나

빛보다 빠르구나, 짝사랑!

 

언제 어디서나 그놈을 마음대로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걸

그놈은 모른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고소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맘대로 생각하고

맘대로 그리워하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꿈속에서 그놈을 만나 내 마음대로 하고 싶었다

먼저 꿈 꾸는 연습을 했다, 하루 이틀 사흘

겨우 꿈을 마음대로 꾸기 시작했다, 그 다음엔

꿈 속에서 꿈이라는 알아차린 다음에도 깨지 않는 연습을 했다

번번이 알아차리자마자 꿈에서 깨버렸다

하루 이틀 사흘...정신없이 자는 게 아니라

자면서 정신을 차리고, 꿈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꿈이니까 죽어도 괜찮지 하면서

과감하게 죽다가 깜짝 놀라 깨어나 꿈이 아니면 어떡하지

 

드디어 꿈을 꾸면서

꿈이라는 걸 알아차리고 맘대로 할 수 있었다

 

어느날 그놈이 나타난 꿈을 꾸면서

21층 옥상에서 그놈 품으로 보란 듯이 웃으며 뛰어내렸다

 

아뿔사, 꿈속에서도 그놈은 내맘대로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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