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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168

비가 오면 그제도 비 어제도 오늘도 비 월요일 비 화요일 비 수요일도 비 비가 오면 비가 오면 이렇게 줄창 맑은 날 설렘의 입자로 모락모락 타올랐던 스치는 바람에 바램의 파장으로 몽글몽글 피어올랐던 빽빽한 그리움의 분말들이 엉겨붙어 제 몸 무게 못이겨 쏟아져 내린다 비가 오면 비가 오면 삼일이나 비가 오면 빗소리 불어난 물소리 그대 목소리 운무 속에 뿌옇게 떠올랐다 사라지는 그대 얼굴 콸콸거리며 부딪쳐 깨지며 빛나는 계곡물 낯빛과 함께 속절없이 떠내려간다 속절없이 2024. 2. 21.
다시, 하루 한 끼 일일 일식. 십 년 넘게 해오던 하루 한 끼 먹던 식습관을 퇴직하면서 늦은 점심을 먹는 하루 두 끼 식사로 바꿨었다. 아침 식사는 여전히 하지 않는다. 일 년 전 건강 검진 결과 혈압이 좀 높게 나왔다. 아직 고혈압 정도의 수치는 아니지만, 공복 혈당 수치도 관리해야 될 수치가 나왔다. 아직 당뇨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난 십 몇 년간 나타나지 않았던 수치이다. 올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아야 되는 해이다. 건강 검진을 받기 전에 한두 달 하루 한 끼 식사를 해서 결과가 달라지는지 봐야겠다. 이틀 전부터 하루 한 끼 먹기를 다시 시작했다. 아침에 커피 한 잔은 마신다. 제대로 할 때는 커피도 안 마셨다. 물만 마시다 오후 서너 시가 넘으면 과일 등의 간식을 먹었다. 지난 일요일, 오후 다섯 시에 처.. 2024. 2. 20.
바탕과 그림 사기열전의 중니열전(仲尼列傳)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니는 공자의 자(字)이다. 자(字)는 성년식인 관례(冠禮) 이후에 본 이름 대신에 부르는 이름이다. 중니열전은 공자의 핵심 제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하(子夏)가 물었다. “‘고운 미소에 팬 보조개, 아름다운 눈에 또렷한 눈동자, 흰 바탕에 여러 색깔 그렸구나.’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 이후의 일이다.” 자하가 여쭈었다. “예(禮)는 나중에 온다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비로소 너와 더불어 「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구나.” 『논어(論語)』의 팔일(八佾)에 나오는 내용을 사마천이 인용한 것이다. 팔일(八佾)은 팔일무(八佾舞)에서 온 말이다. 팔일무는 일무(佾舞)의 하나로 악생(樂.. 2024. 2. 19.
대화 아파트 정원에도 흰 매화 피어 붉은 매화도 곧 필 듯 꽃봉오리 부풀어 이리저리 다니며 눈맞추다 어라, 이건 뭐야, 철쭉인가 철쭉 사이에 있어, 그건 더욱 아니지 마음 없이 지나가다 마음 생겨 되돌아와 보고 또 보고 진달래네! 너무 이르지 않은가 이월 초순인데 이게 미쳤나 보고 또 보고 사진으로도 찍어보니 진달래가 말을 한다, 날 보고 참을 수 없다는 듯 이놈아 니가 미쳤구나 왜 자꾸 쳐다보고 난리고 난 미칠, 마음이 없거든 굳이 살려고 하는 마음도 굳이 죽으려고 하는 마음도 없거든 순응이란 이런 거야, 바보야! 2024. 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