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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168

보는 기쁨은 안 봄에서 오듯 봄의 반가움은 겨울에서 온다 겨울의 웅크림과 감춤이 없다면 터져 나오고 솟아올라 새롭게 보이는 봄이 있으랴 아침에 집 나가지 않으면 저녁에 귀가하는 즐거움이 있으랴 2024. 2. 5.
자리바꿈 본성을 본다 보는 것이 본성이다 밥을 먹는다 먹는 것이 밥이다 소리를 듣는다 듣는 것이 소리다 냄새를 맡는다 맡는 것이 냄새다 잠을 잔다 자는 것이 잠이다 꿈을 꾼다 꾸는 것이 꿈이다 걸음을 걷는다 걷는 것이 걸음이다 숨을 쉰다 쉬는 것이 숨이다 희망을 품는다 품는 것이 희망이다 삶을 산다 사는 것은 삶이다 바람이 분다 부는 것이 바람이다 물이 흐른다 흐르는 것이 물이다 시간이 간다 가는 것이 시간이다 시를 쓴다 쓰는 것은 시가 될까 자리를 바꾸다 보면 하나라도 걸릴까 언어의 바다에 장난처럼 낚시질을 해본다 (공백 제외 210자) 2024. 1. 30.
문상(問喪) 죽은 그 사람 때문에 죽지 않은 사람들을 만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살았던 사람들을 만난다 죽은 그 사람 덕분이다 10년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다 20년만에 만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60년만에 만난 사람도 있다 죽은 그 사람이 아니면 죽기 전에 못 만났을 사람을 만난다 죽은 후에도 못 만났을 사람을 만난다 죽은 그 사람 덕분에 만나면서 죽은 그 사람만 쏙 빼놓고 만난다 그 사람이 세상에 처음 왔을 때처럼 그 사람만 모르게 그 사람이 아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 사람이 죽어 떨어져 나간 세상을 생각한다 그 사람 덕분에 붙여진 세상을 바라본다 그 사람이 죽어서 그 사람을 잃은 것 말고 무엇을 잃었는지 묻는다 잃기 전에 무엇을 얻었는지 잃음으로써 무엇을 얻었는지 묻는다 잃음을 물음으로써 얻음을 묻는다 2024. 1. 25.
메마른 눈물 울어야 할 일에 안 울다 보니 웃어야 할 일에도 웃지 못한다 미안해야 할 일에 미안하다 않으니 화내야 할 일에 화내지 못한다 웃음에 겨워 울어본 적이 언제든가 기쁨에 겨워 울어본 적이 언제든가 미움에 겨워 울어본 적이 언제든가 분노에 겨워 울어본 적이 언제든가 욕망에 겨워 울어본 적이 언제든가 슬픔에 겨워 울어본 적이 언제든가 오늘도 어이 없는 분노와 격노에 헛웃음만 나와, 그 분노에 분노가 겨워 눈물 없이 눈시울만 적신다 2023. 1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