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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168

국어 수능 문제를 풀어보다 지문으로 나온 정끝별의 ‘가지가 담을 넘을 때’를 읽는다. 이를테면 수양의 늘어진 가지가 담을 넘을 때 그건 수양 가지만의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얼굴 한번 못 마주친 애먼 뿌리와 잠시 살 붙였다 적막히 손을 터는 꽃과 잎이 혼연일체 믿어주지 않았다면 가지 혼자서는 한없이 떨기만 했을 것이다 한 닷새 내리고 내리던 고집 센 비가 아니었으면 밤새 정분만 쌓던 도리 없는 폭설이 아니었으면 담을 넘는다는 게 가지에게는 그리 신명 나는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가지의 마음을 머뭇 세우고 담 밖을 가둬두는 저 금단의 담이 아니었으면 담의 몸을 가로지르고 담의 정수리를 타 넘어 담을 열 수 있다는 걸 수양의 늘어진 가지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목련 가지라든가 감나무 가지.. 2023. 12. 8.
21세기 신부적 숫자 부적이 있다. 명리를 가르치는 사람들은 사주를 우선으로 하고 플러스 알파 성격으로 보란다.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고 대통령 후보 토론에 나온 것을 보고 웃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됐고 거의 왕노릇도 하고 있다. 그분과 가족들은 휴대폰 번호도 차량 번호도 운세가 좋은 번호를 골라 쓴다고 한다. 부적의 힘을 믿어야 할까. 우선 사주 명리학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숫자 운세를 보자. 81까지 중에서 좋은 것만 몇 개 추려본다. 1 번영ㆍ개척, 3 진취ㆍ증진, 5 복록ㆍ수명, 6 평안ㆍ온건, 7 용맹ㆍ강건, 8 견고ㆍ투지, 11 두뇌 명석ㆍ번영, 13 지략ㆍ재능, 24 입신(立身)ㆍ축재(蓄財), 25 명예ㆍ자수성가, 31 지혜ㆍ 명성, 32 만사형통, 33 지모(智謀)ㆍ 명예, 3.. 2023. 12. 4.
시와 노래 옛날에는 노래와 시가 분리되지 않았다. 민요인 ‘아리랑 타령’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가사와 곡이 분리되겠는가. 도라지 타령도 마찬가지다. 고전 시가(詩歌)라는 말에서 보듯이 시와 노래는 붙어있었다. 고려가요의 경우도 악보가 있다. 현대의 시와 노래는 왜 멀어졌을까. 대부분의 현대시가 시의 형식적인 면, 운(韻)이나 율(律)을 너무 등한시해버렸다. 그나마 현대시조에서 4음보격의 음보율이 지켜질 뿐이다. 운율이 거의 없는 시에 곡을 붙이기란 쉽지 않다. 시가 노래 가사로 쓰인 경우도 있다. 운율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고, 내용도 많이 어렵지 않은 시들이다. 김소월의 시들은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다. ‘진달래꽃’, ‘부모’,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엄마야 누나야’, ‘못 잊어’ 등이 있다... 2023. 12. 1.
사랑 아름다운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김광석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노래했다. 과연 그럴까. 너무 아픈 사랑이야말로 찐 사랑이 아닐까. 아프지 않는 사랑이 사랑일까. 그런 사랑을 어디가서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적어도 많이 아팠지만 잘 이겨내고 결국은 겪은 아픔보다 더 큰 기쁨을 얻는 사랑을 성취해야 조금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아프지 않는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던가. 최고의 사랑은 너무 아픈 사랑, 비극적인 사랑, 보이지 않는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짝사랑이 아닐까. 황동규는 「즐거운 편지」에서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고 노래한다... 2023.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