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파동167 바람 피우러 간다고 “자기야, 나는 내일 바람 피우러 간다” “그래? 부채 하나 사줄까? 아니면 손풍기라도……. 모임 이름이 ‘바람’이다. 바람을 피우는지, 쐬는지, 맞는지 모를 일이다. 불을 피우고, 꽃을 피우는 일은 좋은 일인데, 오므리고 있는 바람을 피우는 일은 부정적이다. 윤리적으로 특히 그렇다. 바람 피우는 당사자 둘만 좋고, 그와 관련되는 사람들과 나머지 일반적인 사람들은 좋을 리가 별로 없을 듯하다. 앉아 있는 바람을 일으키는 일은 나쁘지 않다. 회오리 바람, 선풍(旋風)을 일으키면 더 좋다. 담배도 태우는 사람보다 피우는 사람이 많다. 이왕 흡연할 바에야 태우는 것보다는 피우는 것이 더 아름답다. 힘차게 흡입하는 데 비례하여 빨갛게 타들어가며 피는 담배 불꽃은 나름 아름답다. 인간이 신(神)이라고 부르는 자연.. 2023. 9. 1. 잡초의 역설(逆說) 잡초는 올라오자마자 뽑아버린다 잡초는 보이는대로 뽑아낸다 잡초는 너무 커서 뽑지 못하면 낫으로 베어 버린다 그래도 어느 틈엔가 또 잡초는 자란다 자리잡고 커져버린 바랭이는 뿌리가 너무 튼튼하다 바랭이, 왕바랭이, 민바랭이, 좀바랭이, 잔디바랭이 잡초 중의 잡초, 잡초의 여왕 마디마다 뿌리박고 억세게 버틴다 씨름하듯 온몸의 힘을 다 써도 뽑히지 않는다 어쩌다 뽑아올리면 뿌리가 안고 있는 흙덩이가 한 아름이다 뽑히고 잘리다 보니 억세고 강해졌을까 키우고자 하는 작물은 잘 뽑힌다 안 뽑으려고 조심하는데도 어느 뽑혀져 있다 상추도 잘 뽑힌다 오이도 잘 뽑힌다 감자도 잘 뽑힌다 그나마 고구마가 좀 버티나 옥수수가 조금 힘이 있나 그래도 바랭이와 비교하면 약하기 그지 없다 너무 애지중지 보살펴 키우려고 해서 약해졌을까 2023. 8. 31. 선우시장 선우시장은 울산 중구 학성동에 있는 소규모 재래시장이다. 20년 전 아케이드 덮개 공사를 하고 ‘선우시장’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 전에는 ‘강남시장’이었다. 채소가게가 제일 많았다. 5곳 정도 됐다. 채소는 신화맨션 1층에 있는 올레푸드마켓과 품목이 겹치는 데도 경쟁력이 있는 모양이다. 신화맨션은 3~5층은 아파트인데 사람이 안 사는 것처럼 낡아보였다. 1층은 상가이고, 2층은 각종 학원이나 사무실 공간이다. 1층에도 처음에는 학성종합시장처럼 상가가 있었다고 한다. 생선가게, 횟집, 옷가게 등이 있었는데, 20년 전에 올레푸드마켓이 들어섰다고 했다. 아직도 푸드 마켓 한 켠에는 옷가게, 이끼공작, 화장품 가게 등이 있었다. 떡집이나 탕제원, 철물점 등 푸드마켓과 안 겹치는 가게들은 푸드마켓이 있음으로 해.. 2023. 8. 30. 엄마와 아들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는 우리 아들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어?” 뜬금없이 왜 이런 질문하느냐는 표정을 짓더니 “나는 우리 아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사업 잘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싶어” 오후에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들었다. 진행자가 청취자와 연락해서 사연을 듣고 있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애잔함이 느껴졌다. 앞부분의 사연은 못들었지만 얼핏 같은 여자 친구를 13년째 사귀고 있는 듯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짧지 않음과 아들의 성격과 그 아들에 대한 엄마의 애틋한 걱정과 사랑이 묻어났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이란 표현이 여러 가지를 짐작케 했다. 아들 열 명이 있어도 아들 하나 하나는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인데, 외동.. 2023. 8. 29. 이전 1 ··· 24 25 26 27 28 29 30 ··· 4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