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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167

어느 하루 아침 여섯 시, 일어나니 비가 오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예보상으로 오늘은 오전 오후 모두 비였다. 비도 오지 않고 날도 흐린 게 아니라, 햇빛이 보였다. 비 예보가 오후로 밀려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는 일정한 운동을 모두 생략하고 서둘러 밭으로 갔다. 오후에 비가 온다니 오전이 배추 심기에 적당하다. 고추 심은 자리에 배추를 더 심어야 하기에 고추를 다 뽑았다. 고추는 서리가 올 때까지 따 먹을 수 있는데 아까웠다. 마디마다 꽃이 계속 피고 있었다. 꽃진 자리마다 작은 고추들이 연달아 크고 있었다. 큰 고추, 작은 고추 구분없이 모두 따고 고추 꽃이 피는 끝 부분의 부드러운 잎을 땄다. 고추 나물을 실컷 먹을 수 있는 기회다. 고추 대궁을 뽑아낸 다음, 비닐을 걷어내고 잡초와 옥수수대 등을 걷.. 2023. 8. 27.
어린아이처럼 “힘을 빼라” 운동을 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배드민턴을 배울 때도 힘을 빼라는 말을 줄곧 들었다. 테니스를 칠 때도 좀더 잘 치려면 힘을 빼라고 한다. 골프도, 수영도 힘을 뺄 때 잘 되는 것을 느낀다. 힘이 좀 빠져 좀 부드럽게 되다가, 부지불식간에 또 힘이 들어가 뻣뻣해지곤 한다. 힘을 뺀 상태로 있다가 힘을 줘야 하는 그 순간에만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면 고수가 된 것이다. 어린아이는 힘을 빼지 않는다. 아니, 뺄 힘이 없다. 미리부터 힘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이렇게 할 것이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냥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어린아이 때 운동을 배우면 습득이 빠르다. 다른 것을 배울 때도 어른에 비해 지키고자 하는 고집이나 아집이 .. 2023. 8. 22.
춘하추동(春夏秋冬) 춘하추동(春夏秋冬) 춘하하동(春夏夏冬) 동하하동(冬夏夏冬) 동하하추(冬夏夏秋) 춘하하추(春夏夏秋) 춘하하하(春夏夏夏) 하하하하(夏夏夏夏) 그래서 뭘 어쩌라구 2023. 8. 21.
고구마 캐기와 무 새싹 새로운 루틴으로 108배를 6일째 하고 있다. 오랜만에 동의보감 650쪽, 허번(虛煩)으로 인한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인 처방이 나오는 부분을 필사했다. 아침에 사기열전에서 오자서 열전을 읽었다. 하지만, 오늘은 고구마와 무 새싹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 고구마를 캤다. 좀 이르다. 고구마를 캔 자리에 가을 배추를 심어야 했기 때문에 좀 일찍 캤다. 가을 배추 심을 땅이 없어서가 아니고, 고구마 심은 자리에 무 배추 농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고구마보다는 고구마 순에 더 욕심을 내니까 고구마는 별로 안 나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고구마가 굵고 많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 올해는 한 뿌리에 세 개 나온 것이 제일 많이 나왔다. 고구마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한 포기에 10개 넘게 나온다는데 연구 좀 .. 2023.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