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을 빼라” 운동을 하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다. 배드민턴을 배울 때도 힘을 빼라는 말을 줄곧 들었다. 테니스를 칠 때도 좀더 잘 치려면 힘을 빼라고 한다. 골프도, 수영도 힘을 뺄 때 잘 되는 것을 느낀다. 힘이 좀 빠져 좀 부드럽게 되다가, 부지불식간에 또 힘이 들어가 뻣뻣해지곤 한다. 힘을 뺀 상태로 있다가 힘을 줘야 하는 그 순간에만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면 고수가 된 것이다.
어린아이는 힘을 빼지 않는다. 아니, 뺄 힘이 없다. 미리부터 힘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 한다’거나 ‘이렇게 할 것이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 그냥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어린아이 때 운동을 배우면 습득이 빠르다. 다른 것을 배울 때도 어른에 비해 지키고자 하는 고집이나 아집이 적다. 그래서 유연하고 흡수가 빠르다.
글씨가 무르익으면 어린아이의 서투른 글씨로 ‘환동(還童)’한다고 한다. 아무렇게나 쓴 것 같이 서툴고 어수룩하게 보인다. 조금의 모양도 내지 않고 만든 느낌이 나지 않고 자연스럽고 담백하다. 굵은 베옷을 입고 옥을 품은 것과 같다. 재능이 감춰져 있어 졸렬해 보인다. 큰 기교는 졸렬함과 같다.
니체는 정신의 자기 변형 단계를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비유해서 말했다. 낙타는 무거운 모든 짐을 마다하지 않고 등에 지고 사막을 건넌다. 사자는 짐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쟁취한다. 어린아이는 순진무구, 놀이와 창조적 자유를 상징하며 스스로의 힘에 의해 돌아가는 바퀴다.
글을 쓸 때도 힘을 빼야 한다. 이렇게 써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잘 쓸 것이라는 마음을 갖지 않아야 한다. 어린아이처럼 힘을 주지 않고 아주 시시하고 장난스럽게 자유롭게 놀이하듯이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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