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이다. 가을 무와 배추를 심어야 할 때가 됐다. 온난화 때문에 더러 예상을 빗나가기도 하지만, 8월 중순에서 8월말까지가 가을 무 배추 심기에 적절한 때다. 배추는 모종을 심기로 하고 오늘은 무를 심었다. 때를 놓쳐 9월에 심게 되면 충분히 크지 못한다.
태풍 카눈이 지나가고 난 그 다음날 잡초를 뽑아둔 고추밭과 가지밭 사이를 정리했다. 운전대를 분리하면 차 트렁크에 실리는 작은 관리기로 흙을 갈아 엎어 섞었다. 땅속 수분이 적당했고, 흙은 맨발로 밟아보고 싶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세 번 정도 갈면서 돌멩이와 잡초를 골라냈다. 계분(鷄糞)을 발효하여 압축했다는 2kg 5천원짜리 퇴비를 뿌렸다. 일반 퇴비에 비해 비싸지만 뿌린 다음에 바로 심을 수 있다.
골을 타서 작은 이랑을 만들었다. 그 이랑 위에 다시 얕은 골을 타고 무 씨를 뿌리고 흙을 덮었다. 그 위에다 풀을 베어 덮었다. 풀은 씨앗이 싹터서 올라올 동안 그늘이 되어 습기를 보존해주고 어린 싹이 바로 햇빛을 받지 않도록 보호해준다.
작년에 이랑을 만들고 심은 무와 그렇지 않은 무의 크기가 많이 차이났다. 두둑을 넓게 하여 심은 무는 처음에 무성하게 올라왔으나 그 다음부터 별로 굵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배추를 심고 남은 자투리 공간이 아까워 한 개의 이랑을 만들고 심은 무는 크게 쑥쑥 잘 자랐다. 배추나 무 모두 이랑을 만들어 한 줄씩 크게 해야 한다. 물 빠짐이 좋아야 하고 너무 빽빽하지 않아 바람도 적당히 통해야 한다.
남미 쪽에는 지금 겨울이어야 하는데, 여름 날씨라고 한다. 우리도 겨울이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8월 중순이 지나니 희한하게도 밤기온은 꽤 선선하다. 가을, 겨울이 올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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