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타들어가던 보도블럭 틈 풀들이
비를 몰고 태풍이 지나가자 하루 사이에 파릇하게 살아났다
텃밭에 가서 넘어진 오이덩굴, 고추, 가지 줄기를 세웠다
새로 갈아서 이제 막 손가락 크기만큼 자란 적치커리 사이의 잡초를 뽑았다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한 부추 사이 사이 잡초도 뽑았다
손톱만큼 자란 상추 사이의 잡초도 뽑았다
대파 사이에 난 잡초를 또 뽑았다
잡초들도 이틀 동안 비를 흠뻑 맞아 싱싱하다
비가 온 뒤 땅이 말랑할 때는 잡초 뽑을 기회다
아주 섬세하게 잡초만 쏙쏙 잡아 뺄 수 있을 때다
텃밭 잡초에게는 이때가 절명의 위기다
나 혼자의 경우나, 사람 관계에서도
궁핍하고 힘들 때가 오히려 기회일 때가 많다
신나고 좋을 때가 오히려 위기일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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