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파동

너도밤나무

by 두마리 4 2023. 8. 14.

서울 있는 딸이 3일간의 짧은 휴가를 왔다. 이틀은 울산에 있었다. 이틀 째 저녁에 딸의 외가가 있는 대구에 갔다. 그 다음날 김밥을 싸서 가산 산성 계곡으로 물놀이를 갔다.

 

계곡에 물을 담그고 사진 찍고 하다가 나와서 김밥과 과일을 먹었다. 김밥을 먹다 보니 꼭 밤톨 같은 게 바닥에 몇 개 있었다. 누가 밤을 가져와서 먹다가 흘렸나. 삶은 밤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반지르하게 생생한 윤기가 흘렀다. 순간 아직 밤이 익을 철이 아니라는 사실도 잊고 밤 껍질을 벗기고 떫은 속껍질을 이빨로 깎아내고 조금 베어 물었다. 말할 수 없이 떫고 쓴 맛이 있어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순간 이게 말로만 듣던 그 너도밤나무의 열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열매를 깐 흔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겉껍질째 있는 것은 꼭 겉껍질이 있는 호두와 비슷했다. 열매를 하나 주워서 좀 날카로운 돌멩이로 껍질을 까보니 껍질은 호두피보다는 좀 질깃했다. 그런데 속에 들어있는 열매는 천상 밤알 모양이었다. 찾아보니 너도밤나무 열매였다. 알맹이 모양만 보면 그래 너도밤나무하라고 할만했다. ‘너도밤나무가 밤나무면 나도밤나무가 나도 밤나무라고 우길 정도였을까.

 

너도밤나무는 쌍떡잎식물 이판화(離瓣花)군 참나무목 참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이다. 높이는 20미터 정도이며, 잎은 달걀 모양이고 물결무늬 톱니가 있다. 6월에 단성화가 피고 열매는 견과(堅果)10월에 익는다. 건축재, 기구재, 땔감 따위로 쓴다. 울릉도 특산종으로 산허리에서 자란다.

 

나도밤나무는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나도밤나무과의 낙엽활엽 교목이다. 높이는 10미터 정도이며, 잎은 어긋나고 타원형 또는 거꾸로 된 달걀 모양이다. 여름에 누르스름한 꽃이 원추(圓錐) 화서로 가지 끝에 피고 열매는 둥근 핵과(核果)9월에 붉게 익는다. 골짜기에서 자라는데 한국,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마로니에는 가시칠엽수라고 하는데, 쌍떡잎식물 이판화군 무환자나무목 무환자나무과의 낙엽교목이다. 높이 30m, 지름 1~2m이다. 잎은 마주나고 손바닥 모양의 겹잎이며 길이 15~20cm의 긴 잎자루가 있다. 작은잎은 5~7조각으로 잎자루가 없고 쐐기꼴의 거꾸로 세운 달걀 모양이며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둔한 톱니가 있다.

 

밤나무는 쌍떡잎식물 참나무목 참나무과의 낙엽교목이다. 산기슭이나 밭둑에서 자란다. 높이 1015m, 지름 3040cm이다. 나무껍질은 세로로 갈라진다. 작은가지는 자줏빛을 띤 붉은 갈색이며, 짧은 털이 나지만 나중에 없어진다. 잎은 어긋나고 곁가지에서는 2줄로 늘어서며, 타원형·긴 타원형 또는 타원 모양의 바소꼴이다. 길이 1020cm, 나비 46cm이고 물결 모양의 끝이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겉면은 짙은 녹색이며 윤이 나고, 뒷면은 성모(星毛:여러 갈래로 갈라진 별 모양의 털)가 난다. 잎자루는 길이 11.5cm이다.

 

생물학적으로 참나무, 밤나무, 너도밤나무가 더 가까운 듯하다. 세 개의 열매 모두 속껍질은 떫은 맛이 있다. 도토리나 너도밤나무는 알맹이까지 떫지만 도토리는 우리나라에선 떫은 맛을 우려내고 주로 묵을 만들어 식용을 한다. 나도밤나무는 잎모양이 밤나무와 유사한데 마로니에와 속성이 더 가깝다.

 

너도밤나무나도밤나무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일종의 연기(緣起) 설화(說話).

 

너도밤나무이야기는 울릉군지에 실려 있다.

 

옛날 울릉도에 사람들이 처음 살기 시작할 때의 이야기라고 한다. 지금도 태하재를 올라가는 데에 너도밤나무 숲이 있고, 이 숲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너도밤나무의 이름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이다. 하루는 산신령이 나타나서 마을 사람들에게 이 산에 밤나무 백 그루를 심으라고 하였다. 만약 백 그루의 밤나무를 심지 않으면 큰 재앙을 내린다고 경고를 하였다. 마을 사람들은 밤나무 백 그루를 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하루 만에 모두 심었다. 심은 밤나무에서는 싹도 나고 잎도 나면서 잘 자랐다.

 

어느 날 산신령이 찾아와서 그동안 심어 놓은 밤나무를 확인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세어 보아도 백 그루가 되지 않고 아흔아홉 그루밖에 되지 않았다. 산신령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여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었다. 산신령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세어 보기로 하였다. 여러 번 세어도 아흔아홉 그루 밖에 안 되는 밤나무가 그 사이에 한 그루가 더 생길 수 없으니 마을 사람들은 이제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마을 사람들이 백 그루의 밤나무를 심지 않은 것이 아니라 심기는 백 그루를 심었지만 그동안에 한 그루가 말라 죽은 것이었다. 이번에 헤아려 백 그루가 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은 산신령에게 큰 벌을 받을 것이 분명하였다.

 

산에 사는 나무들은 그동안 마을 사람들과 낯이 익었다. 마을 사람들이 산신령에게 벌을 받을까 봐 벌벌 떠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무들도 겁이 났다. 소나무, 섬잣나무, 밤나무, 동백나무, 화솔나무, 명이, 깍새 등 모두가 마을 사람들을 걱정하였다. 산신령의 목소리는 아흔아홉에서 멈추었다. 역시 밤나무는 아흔아홉 그루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옆에 서 있던 조그마한 한 그루의 나무가 나도 밤나무!”하고 외쳤다. 산신령은 다시 그 나무에게 밤나무가 맞는지 확인을 하였다. 역시 그 나무는 자신이 밤나무라고 주장을 하였다. 그 뒤로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너도밤나무라고 이름을 붙여 주고 잘 가꾸어 주었다.

 

나도밤나무이야기는 강원도 철원군에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다.

 

어떤 남자가 점을 보았는데 5년 뒤에 죽는다는 단명의 점괘가 나왔다. 밤나무 1,000그루를 심으면 단명의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고 하여 밤나무를 심었다. 하루는 중으로 변신한 호랑이가 찾아와서 밤나무가 1,000그루가 맞는지 확인하였다. 호랑이는 한 그루가 모자란다며 당장 잡아먹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남자가 나도 밤나무라고 소리를 치더니 선 채로 죽었다. 남자가 죽어서 된 나무가 나도밤나무이다.

 

 

'일상의 파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구마 캐기와 무 새싹  (2) 2023.08.19
가을 무 심기  (0) 2023.08.15
언제든지 죽어도 좋은 삶의 태도  (0) 2023.08.13
위기는 기회, 기회는 위기  (1) 2023.08.11
콘크리트 유토피아  (1) 2023.08.1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