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루틴으로 108배를 6일째 하고 있다. 오랜만에 동의보감 650쪽, 허번(虛煩)으로 인한 불면증 치료에 효과적인 처방이 나오는 부분을 필사했다. 아침에 사기열전에서 오자서 열전을 읽었다.
하지만, 오늘은 고구마와 무 새싹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 고구마를 캤다. 좀 이르다. 고구마를 캔 자리에 가을 배추를 심어야 했기 때문에 좀 일찍 캤다. 가을 배추 심을 땅이 없어서가 아니고, 고구마 심은 자리에 무 배추 농사가 잘 되기 때문이다. 고구마보다는 고구마 순에 더 욕심을 내니까 고구마는 별로 안 나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고구마가 굵고 많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 올해는 한 뿌리에 세 개 나온 것이 제일 많이 나왔다. 고구마 농사를 잘 짓는 사람은 한 포기에 10개 넘게 나온다는데 연구 좀 해봐야겠다. 한 뿌리에 하나도 제대로 안 나온 것이 더러 있다. 고구마 줄기가 무성했던 포기의 고구마가 대체로 더 작았고, 아예 안 나오는 경우도 더 많았다. 두둑을 넓게 만들어서 캐기도 힘들었다. 내년부터는 고구마도 이랑을 만들어서 한 줄로 심어야겠다. 생각보다 고구마가 넓게 멀리 퍼져서 생기지는 않는다. 고구마를 심을 때는 퇴비도 안 해야겠다. 고구마 줄기와 잎이 무성하면 고구마 순을 빨리 채취하여 무성함을 줄여야겠다.
지난 15일에 파종한 가을 무의 새싹이 뾰족뾰족 올라왔다. 씨뿌린 이랑 위에 풀을 덮었는데, 그 풀 위에 올라온 것도 있고, 풀 밑에서 노랗게 눌려서 힘을 못 쓰고 있는 것도 보였다. 덮은 풀이 채 마르기도 전에 비가 와서 땅에 달라붙고 햇볕이 내리쬐니 무 싹이 땅을 뚫고 올라오는데 덮은 풀이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모두 걷어냈다.
식물의 씨앗을 땅거죽을 뚫고 올라올 때는 대체로 똑바르지 않다. 힘을 쓰기 위함인지 땅 껍질이 딱딱할수록 용수철처럼 굽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싹이 나고 며칠을 지나면 꼿꼿해지고 가지런해진다. 가지런해지고 난 다음에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한다.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四時)와 동남서북(東南西北) 사방(四方)의 변화에 주역의 팔괘를 대응시킨 것이 후천팔괘도다. 후천팔괘에서 춘(春)은 동(東)이고 목(木)이고 진(震☳)괘다. 진(震)은 우레, 움직임, 동요를 상징한다. 봄은 동쪽에서 해가 뜨듯이 만물의 소생이고 시작이다.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계절이다. 땅 속에서 또는 나무 줄기에서 새싹이 나오는 것은 우레가 치는 듯한 움직임이다. 하(夏)는 남(南)이고 화(火)이고 리괘(離☲)다. 그런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가 있고 동쪽과 남쪽 사이 동남쪽이 있듯이 여기에 대응하는 손괘(巽☴)가 있다. 설계전에 따르면 손(巽,風)의 의미는 ‘가지런함’이다. 원형이정(元亨利貞)으로 말하면 이 자리는 ‘원(元)’에서 ‘형(亨)’으로 넘어가는 때이다. 달리 말하면 ‘형(亨)’을 준비하는 때이다. 형(亨)은 ‘형통함’, ‘제사’의 의미다. 형통하기 위해서 먼저 가지런해야 한다. 제사를 지내려면 먼저 제수를 가지런하게 배열해야 한다.
무 새싹을 보면서 봄과 동쪽의 기운으로 새싹이 땅을 뚫고 올라와서 여름과 남쪽의 뜨거운 기운으로 무성해지기 전에 ‘가지런해짐’의 단계가 있는 줄 알았다. 땅을 힘겹게 뚫고 올라온 새싹들은 바람을 맞아 흔들리면서 며칠만에 모두 가지런해진다. 그런 다음에 본격적으로 무성해진다. 특별한 장애가 있어 가지런해지지 못한 것은 굽거나 삐딱한 모양으로 성장을 하게 된다.
사람의 성장이나 교육도 이와 유사한 면이 있다. 본격적인 교육으로 성장시키기 전에 ‘가지런함’이 먼저 돼야 한다. 이 가지런함은 바람직하고 적절한 태도다. 과거에는 이 기본적인 태도가 갖춰지지 않으면 본격적인 교육은 하지도 않았다. 유튜버에서 1타 학원강사가 수강생이 자리에 앉는 태도만 봐도 대충 계산이 나온다고 한 말을 들었다. 요즘은 기본적인 태도를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 바로잡지 않아 굽거나 삐딱한 채로 다 성장하고 난 다음에는 고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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