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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엄마와 아들

by 두마리 4 2023. 8. 29.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자기는 우리 아들한테 무슨 말을 듣고 싶어?”

뜬금없이 왜 이런 질문하느냐는 표정을 짓더니

나는 우리 아들이 건강하게 지내고, 사업 잘 된다고 하는 말을 듣고 싶어

 

오후에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 지금은 라디오 시대를 들었다. 진행자가 청취자와 연락해서 사연을 듣고 있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애잔함이 느껴졌다. 앞부분의 사연은 못들었지만 얼핏 같은 여자 친구를 13년째 사귀고 있는 듯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짧지 않음과 아들의 성격과 그 아들에 대한 엄마의 애틋한 걱정과 사랑이 묻어났다.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이란 표현이 여러 가지를 짐작케 했다. 아들 열 명이 있어도 아들 하나 하나는 하나밖에 없는 우리 아들인데, 외동 아들이면 더 조심스러운 우리 아들일 것이다.

 

사연 끝에 그 청취자가 퀴즈를 냈다. 엄마가 아들한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다른 청취자가 알아맞히는 것이었다. 1) “엄마, 나 엄마 손 잡고 싶어요” 2) “이제 내가 엄마 용돈 드릴게요” 3) “엄마는 제 여자 친구보다 더 예뻐요그 어머니가 말한 정답은 엄마, 나 엄마 손 잡고 싶어요. 사실은 세 가지 다 듣고 싶은 말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 스킨십도 없어지고 엄마 도움도 요청하지 않는 아들이 내심 섭섭할 수 있다. 가장 바라는 것은 두 번째 말일 것이다. 용돈을 받고 싶기보다 취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제일 클 것이다. 여친보다 엄마가 더 예쁘다는 뻔한 거짓 애교도 듣고 싶을 것이다.

 

자식은 크면서 대체로 집으로부터 멀어져 간다.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점점 집에서 멀어지고 집에 오는 횟수도 줄어든다. 집에서 멀어지는만큼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자립해간다.

 

대체로 딸보다 아들이 더 부모에게 무관심한 듯하다. 우리 아들도 좀처럼 먼저 전화를 하지 않는다. 어쩌다 문자나 전화가 오면 돈이 필요할 때다. 며칠 전에 전화가 왔었다. 작업하다 무릎이 찢어지는 사고를 당해 병원이라고 했다. 세 바늘 꿰맸는데 별 것 아니라고 했다. 보험료 청구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했다고 말했다.

 

문자를 해도 답장이 없고 전화를 해도 안 받는 경우가 많다. 전화한 지 하루쯤 지나서 전화를 하면서 아주 맹랑한 어조로 엄마, ?”하고 반문한다. 언젠가 아들이 먼저 전화를 한 일이 있어 아주 반갑게 받았다. 아들 말이 압권이었다.

 

엄마, 전화 잘못 눌렀어.”

 

생각할 때마다 두고두고 좀 우습다. 운전할 때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딱 한 번 우스운 말을 했는데, 아들의 이 말은 그 만큼 웃기는 말로 기억에 남았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가 하는 말은 늘 속도 제한이다. 30킬로미터, 50킬로미터, 60킬로미터, 100킬로미터. 제한 속도를 넘길 때마다 오른 팔을 잡아당기며 속도를 줄이라고 말을 한다. 이런 말은 웃기지 않는다. 우회전할 때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있으면 일단 멈춘 다음 보행자를 살피고 가야 되는 식으로 교통 법규가 바뀌고 난 어느 날이었다. 우회전해서 횡단보도를 지나가려는데 아내가 깜짝 놀라 급하게 오른 팔을 잡으며 말했다.

 

자기야, 잠깐 쉬었다 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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