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156

교사불여졸성(巧詐不如拙誠) 『강의』(신영복) ‘10장 법가와 천하 통일’ 내용 중 ‘한비자’에 대해 인용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악양식자(樂羊食子). 악양이라는 위나라 장수가 중산국을 공격했다. 때마침 악양의 아들이 중산국에 있었다. 중산국 왕이 그 아들을 인질로 삼아 공격을 멈출 것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았다. 중산국 왕은 드디어 그 아들을 죽여 국을 끓여 악양에게 보냈다. 악양은 태연히 그 국을 먹었다. 위나리 임금이 도사찬(堵師贊)에게 악양을 칭찬하여 말했다. “악양은 나 때문에 자식의 고기를 먹었다.” 도사찬이 대답했다. “자기 자식의 고기를 먹는 사람이 누구인들 먹지 않겠습니까?” 악양이 중산에서 돌아오자 위나라 임금 문후는 그의 공로에 대하여 상은 내렸지만 그의 마음은 의심했다고 한다. 노나라 삼환의 한 사람인 맹손이 .. 2023. 9. 24.
버들을 꺾어서 주는 마음 『한시미학산책』(정민)에서 저자는 버드나무가 봄날의 서정을 촉진시키는 환기물인 동시에 ‘이별과 재회에의 염원’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그 예로 다음 작품들을 예로 들고 있다. 멧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손대 계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봄비에 새 잎 곳 나거든 날인가도 여기소서 ㅡㅡ홍랑 위성의 아침 비가 가는 먼지 적시니 객사엔 파릇파릇 버들 빛이 새롭다 그대에게 다시금 한 잔 술 권하노라 양관을 나서면 아는 이가 없을지니 ---, 왕유 동성엔 봄풀이 푸르다지만 남포의 버들은 가지가 없네 --- 저사종 내 낀 버들 어느새 금실을 너울대니 이별의 징표로 꺾이어짐 얼마던고 숲 아래 저 매미도 이별 한을 안다는 듯 석양의 가지 위로 소리 끌며 오르누나 ---- 김극기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 꺾어 천 .. 2023. 9. 21.
퇴계와 두향 이슬 젖은 풀잎은 물가를 둘러 있고 조그마한 연못 맑아 모래조차 뵈지 않네. 구름 날고 새 지남은 어쩔 수 없다지만 때때로 제비 와서 물결 찰까 걱정일새. 『한시미학산책』(정민)에 인용된 퇴계 이황의 시다. 이 시는 가슴으로 쓴 시일까, 머리로 쓴 시일까. 보여주는 시일까, 말하는 시일까. 임금이 불러올릴 때마다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낙향했다는 퇴계. 이 시는 퇴계의 내면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황은 물기로 함초롬히 젖은 풀잎이 둘어 있는 자그마한 연못, 맑아서 바닥까지 훤히 보이고, 가끔 그림자 지고 멀리 공중에서 새 지나지만, 연못 위에는 파문조차 일지 않는 명경지수(明鏡止水). 이황은 이같은 마음으로 학문이나 연구하고자 했을까. “제비 와서 물결 찰까” 이 구절에서 최인호의 장편소설 『유.. 2023. 9. 19.
입상진의(立象盡意) 子曰 書不盡言 言不盡義(자왈 서부진언 언부진의)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글로는 말을 다 표현할 수 없으며 말로는 뜻을 다 표현할 수 없으니, 然則聖人之意 其不可見乎(연즉성인지의 기불가견호) 그렇다면 성인의 뜻을 보지 못하는 것인가 聖人 立象以盡意(성인 입상이진의) 성인이 상을 세워서 뜻을 다 밝히며 서부진언(書不盡言) 언부진의(言不盡義), 입상진의(立象盡意). 『주역』 계사상전 12장에 나오는 말이다. 『도덕경』 ‘道可道非常道(도가도비상도) 도를 도라고 말하면 항상된 도가 아니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의 말이다. 염화시중(拈花示衆). 말로 통하지 아니하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일. 석가모니가 영산회(靈山會)에서 연꽃 한 송이를 대중에게 보이자 마하가섭만이 그 뜻을 깨닫고 미소 지으므로 그에게 불교의 진.. 2023. 9.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