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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상(想像理想) 이야기/책 한 권 읽고 글 한 편 쓴다

퇴계와 두향

by 두마리 4 2023. 9. 19.

이슬 젖은 풀잎은 물가를 둘러 있고

조그마한 연못 맑아 모래조차 뵈지 않네.

구름 날고 새 지남은 어쩔 수 없다지만

때때로 제비 와서 물결 찰까 걱정일새.

 

한시미학산책(정민)에 인용된 퇴계 이황의 시다. 이 시는 가슴으로 쓴 시일까, 머리로 쓴 시일까. 보여주는 시일까, 말하는 시일까. 임금이 불러올릴 때마다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낙향했다는 퇴계. 이 시는 퇴계의 내면을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황은 물기로 함초롬히 젖은 풀잎이 둘어 있는 자그마한 연못, 맑아서 바닥까지 훤히 보이고, 가끔 그림자 지고 멀리 공중에서 새 지나지만, 연못 위에는 파문조차 일지 않는 명경지수(明鏡止水). 이황은 이같은 마음으로 학문이나 연구하고자 했을까.

 

제비 와서 물결 찰까이 구절에서 최인호의 장편소설 유림에 나오는 단양 군수 이황과 명기(名妓) 두향의 인연이 떠오른다.

 

퇴계와 두향이 이별하는 마지막 날 밤. 두향이 퇴계에게 주었다는 즉흥시.

 

찬 자리 팔베개에 어느 잠 하마 오리

무심히 거울 드니 얼굴만 야윗고야

백년을 못 사는 인생 이별 더욱 설워라

 

퇴계가 두향이가 입던 치마폭에 정표로 적어주었다는 두보의 시.

 

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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