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신영복) 3장 ‘「주역」의 관계론’을 읽고 있다.
저자는 주역을 관계론으로 보고 있다. ‘물을 긷는 그릇’으로 비유하며 판단 형식 또는 사고의 기본틀로 본다. 관상(觀相), 수상(手相)이 운명지어진 자신이 일생을 미리 보려는 것이고, 명리학이 사주팔자(四柱八字)와 같이 타고난 운명을 읽으려는 것인데 비해 주역 점은 ‘선택’과 ‘판단’에 관한 것이라고 본다.
‘대동(大同)’의 의미가 새롭니다. 의난(疑難의심이 나는 일)이 있을 경우 임금은 자신에게 묻고, 조정 대신에게 묻고, 백성들에게 묻고, 그 다음 점(占)을 쳐서 묻는다. 이 모두가 일치하는 경우 ‘대동(大同)’이라 한다. 대동단결하려면 이렇게 합의가 돼야 마땅한데, 그 의미를 생각도 안해 보고 썼던 것 같다.
주역을 개략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8괘ㆍ 64괘의 괘사(卦辭)ㆍ효사(爻辭)의 경(經), 괘사와 효사에 관한 10개의 해설문인 전(傳), 효(爻)와 괘(卦), 태극(太極), 양의(兩儀), 사상(四象), 팔괘(八卦). 팔괘의 모양ㆍ이름ㆍ작용ㆍ형상.☷ 곤(坤) 지(地) 유순, ☶ 간(艮) 산(山) 정지, ☵ 감(坎) 수(水) 험난, ☴ 손(巽) 풍(風) 흩어짐, ☳ 진(震) 뢰(雷) 움직임, ☲ 리(離) 화(火) 광명, ☱ 태(兌) 택(澤) 기쁨, ☰ 건(乾) 천(天) 다스림.
괘 몇 개를 예를 들어 그 모양과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산뢰이괘(山雷頤卦䷚)는 모양이 위 아래 턱을 벌린 모양이라 턱이고 그 턱으로 씹어 먹으니 의미는 ‘기름’, ‘양육’이다. 화지진괘(火地晉괘䷢)는 땅 위의 불이 있는 모양으로 지평선에 해가 뜨는 것이니, ‘나아감’, ‘전진’의 뜻이다.
위(位)를 설명한다. 6효 중 홀수 자리에 양효, 짝수 자리에 음효. 득위(得位), 실위(失位). 2효와 5효 중정(中正). 위(位)는 자리다. 주역에서는 중간이 좋은 자리다. 괘 두 개가 합쳐서 64괘를 이룬 것이니 아래에 있는 내괘의 가운데는 2효고 위에 있는 왜괘은 가운데는 5효다. 세계 정상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을 중앙이 넘버원 자리다. 화살도 중앙을 맞춰야 적중(的中)이다. 때도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딱 적절한 때 시중(時中)이어야 한다. 대부분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고 하지만, 어쩌면 중간이 제일 낫다. 못나서 그렇게 자존심 상하지도 않고, 잘나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질투 받을 염려도 없어서 친구와 동료가 많은 자리이다. 말 그대로 ‘어중간(於中間)’해야 좋다. 중천건(重天乾䷀) 6효사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나온다. 하늘 끝까지 날아오른 용은 후회한다는 뜻이다. 변화, 절제, 겸손을 읽을 수 있다.
응(應)을 설명한다. 응(應)은 내괘와 왜괘의 효가 대응하는 것을 말한다. 1효와 4효, 2효와 5효, 3효와 6효, 음양으로 대응하면 응(應)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응(不應)이다. 저자는 위보다 응이 중요하다면 ‘실위(失位)도 구(咎)요 불응(不應)도 구(咎)다. 그러나 실위라도 응(應)이면 무구(无垢)이다’라는 구절을 인용한다. 자리보다 서로 소통하고 관계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
비(比)도 설명한다. 비(比)는 인접한 효끼리 서로 음양으로 조화를 이루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보는 것이다. 이 역시 관계를 보는 것이다.
몇 가지 괘를 예를 들어 설명한다. 지천태(地天泰䷊)와 천지비(天地否䷋), 산지박(山地剝䷖)과 지뢰복(地䷗雷復), 화수미제(火水未濟䷿). 모두 괘 모양과 의미, 변화 등을 설명하기 좋은 괘다.
주역의 핵심은 ‘변화’라며 ‘역(易) 궁즉변(窮則變) 변즉통(變則通) 통즉구(通則久)’를 인용학 하고 있다. ‘역은 궁하면 변화를 주고 변화를 주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 이보다 핵심을 심플하게 말할 수 없다. 주역에는 좋은 한자말들이 많이 나온다. 석과불식(碩果不食), 자강불식(自强不息), 밀운불우(密雲不雨) 등은 내가 좋아하는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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