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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챌린지332

살아 있다는 것 다니카와 슌타로의 「산다」라는 시를 읽는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새의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려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당신의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스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아름다운 모든 것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감춰진 악을 주의 깊게 막아내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태아의 첫울음이 울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 지금 그.. 2023. 11. 20.
여기 다니카와 슌타로의 「여기」라는 시를 읽는다. 어딘가 가자고 내가 말한다 어디 갈까 하고 당신이 말한다 여기도 좋을까 하고 내가 말한다 여기라도 좋네 하고 당신이 말한다 얘기하는 동안 해가 지고 여기가 어딘가가 되어간다 ----------------------------- 그때는 다들 어딘가로 떠났다 면소재지로, 읍내로, 대구로, 부산으로, 서울로 어디쯤 가서 멈춰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디가 좋은지도 모르고 그곳은 당연히 떠나야 하는 곳인줄만 알았다 여기가 좋아서 오래 산 것이 아니다 살다보니 여기도 살만한 곳이 되었다 얘기하고 사는 동안 어느덧 마흔 해가 지나 찾아떠난 어딘가는 여기가 되어 있다 같이 얘기하고 지내던 애들은 어디가 좋을까 생각도 없이 다시 조금씩 더 멀리 어딘가로 떠났다 2023. 11. 19.
까마귀 햇볕이 땅거죽을 여기저기 잘라먹으며 들어오는 비교적 이른 아침 춘천에서 서울로 나오는 국도 꽤 높은 벽으로 된 중앙분리대를 못 뛰어넘고 차여 치여 죽은 작은 짐승의 주검 그 주검 위를 한 두 대의 차가 더 지나가 반쯤은 으깨져 바닥에 달라붙었지만 아직은 먹을 게 많아 보이는지 까마귀 서너 마리가 쪼아 먹으려 달라드는 차를 피해 죽음을 무릅쓰고 오르락 내리락 달라들어본다 모든 삶은 죽음으로 이루어진다 2023. 11. 18.
춘천(春川)...김유정, 예술(禮술) 춘천은 우리말로 하면 ‘봄내’다. 봄은 오행으로 동방(東方)이다. 강원도는 동(東)쪽 목(木)이다. 춘천은 오행으로 보면 수목(水木)이고 북동(北東) 방향이다. 마침 댐도 많다. 소양감댐, 춘천댐, 의암댐 3개나 있다. 호반(湖畔)의 도시라 할 만하다. 춘천에는 김유정 생가가 있다. 김유정면(面)도 있고, 김유정역도 있다. 김유정은 1908년 집안의 2남 6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김유정의 집은 서울 종로에 아흔아홉간짜리 집을 살 정도로 수천석지기 부자였다.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9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김유정의 짝사랑은 유명하다. 휘문고보를 졸업할 때쯤 4살 연상인 명창 박록주를 보고 첫눈에 반해 짝사랑을 하면서 혈서를 쓰고 선물도 보내고 만나서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 2023.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