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카와 슌타로의 「여기」라는 시를 읽는다.
어딘가 가자고 내가 말한다
어디 갈까 하고 당신이 말한다
여기도 좋을까 하고 내가 말한다
여기라도 좋네 하고 당신이 말한다
얘기하는 동안 해가 지고
여기가 어딘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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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다들 어딘가로 떠났다
면소재지로, 읍내로, 대구로, 부산으로, 서울로
어디쯤 가서 멈춰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디가 좋은지도 모르고
그곳은 당연히 떠나야 하는 곳인줄만 알았다
여기가 좋아서 오래 산 것이 아니다
살다보니 여기도 살만한 곳이 되었다
얘기하고 사는 동안 어느덧 마흔 해가 지나
찾아떠난 어딘가는 여기가 되어 있다
같이 얘기하고 지내던 애들은
어디가 좋을까 생각도 없이
다시 조금씩 더 멀리 어딘가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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