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우리말로 하면 ‘봄내’다. 봄은 오행으로 동방(東方)이다. 강원도는 동(東)쪽 목(木)이다. 춘천은 오행으로 보면 수목(水木)이고 북동(北東) 방향이다. 마침 댐도 많다. 소양감댐, 춘천댐, 의암댐 3개나 있다. 호반(湖畔)의 도시라 할 만하다.
춘천에는 김유정 생가가 있다. 김유정면(面)도 있고, 김유정역도 있다. 김유정은 1908년 집안의 2남 6녀 중 일곱째로 태어났다. 김유정의 집은 서울 종로에 아흔아홉간짜리 집을 살 정도로 수천석지기 부자였다. 7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9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김유정의 짝사랑은 유명하다. 휘문고보를 졸업할 때쯤 4살 연상인 명창 박록주를 보고 첫눈에 반해 짝사랑을 하면서 혈서를 쓰고 선물도 보내고 만나서 죽이겠다고 협박도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한 번은 박용철의 여동생 박봉자에 대한 짝사랑이다. 얼굴도 모르면서 31통의 구애 편지를 썼지만 약혼 소식만 듣게 된다.
김유정은 휘문고보에 다닐 때 야구, 축구, 스케이팅, 권투, 유도 등의 스포츠와 바이올린, 하모니커 등의 취미를 즐겼다고 한다. 김유정 집안의 재산은 형 김유근에 의해 모두 탕진된다. 김유근은 ‘봄봅’, ‘동백꽃’, ‘만무방’ 등 30여 편의 남기고, 1937년 29세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다.
김유정의 작품활동 시기는 불과 5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 동안에 소설 33편, 번역 2편, 수필 12편을 남긴다. 사랑의 실패로 인한 슬픔, 집안의 몰락, 병으로 인한 고통을 극(克)해 보려는 힘이 창작의 에너지였을까.
김유정 문학관 근처에 있는 ‘전통주조 예술’을 방문했다. ‘禮술’인데, ‘예술(藝術)’이기도 한듯. 시음을 했다. 술이름도 문학적이다. ‘김유정역(6도)’ 도수가 낮고 맛이 담백하여 술같지 않아 갈증 해소에 좋겠다. ‘바람의노래(11도)’ 걸쭉하고 시큼한 게 막걸리다운 맛이다. 즐길만하다. ‘동몽(同夢17도)’ 청주다. 맛이 깔끔하고 독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도수가 제법 높아 마시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 ‘무작(無作)53(53도)’ 정통 증류식 소주. 목넘김이 아주 부드럽고, 꽃봉우리가 톡톡 터지듯 은은한 잔향이 입안에 퍼진다고 소개해놓았다. ‘무작’은 인연을 따르되 억지로 만들지 말라는 ‘수연무작(隨緣無作)에서 나온 말이란다. 대만의 금문고량주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맛이었다. ‘배꽃필 무렵(6도)’은 거의 요쿠르트 수준으로 끈적하다. 어른용 요쿠르트로 먹기에 좋겠다.
가격은 만만찮다. ‘무작53’은 작은 것 1병, 만강에 비친달 1병, 바람의노래 1병, 배꽃필 무렵 1병을 샀다. 그러니까, 거품이 있는 있는 맥주 타입의 막걸리 ‘가을도 봄(6도)’ 한 병을 덤으로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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