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자
언제였으면 좋겠니
봄, 여름, 가을, 겨울
굳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분명하지만
굳이 그 시작을 말한다면
봄이였으면 좋지 않겠니
차가운 기온따라
거무튀튀한 빛따라
응축되고 가라앉아만 있던 내 맘과 몸이
봄처럼 보려고 비집고 올라오고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던 기운 받아
나도 불쑥불쑥 솟아오르고 싶은 그 계절 말이야
그런 설렘이나 두근거림은
여름 가을 겨울도 그런 사람이면
늘 가능하지만 그때도
맘과 몸은 늘 봄일 것 같지 않니
그런데 그때 그 사랑은
사랑 이전에 비해 뭔가 변한 것 아니겠니
물론 변한 게 아니라
그 사랑은 운명적인 것이라
내 안에 날 때부터 있었던 것이
널 만나 터져 나온 것이라 할 수도 있지
우리는 늘 우연적으로 만나
사랑을 하는 동안 운명이라 믿으면서
헤어지면 그것 또한 운명이라 체념하지 않나
밤이 낮이 되고
봄이 지나 여름, 가을 지나 겨울 되고
그 다음 다시 낮이 밤이 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되니
꽃이 피고 지고, 그 꽃씨 떨어져 거의 꼭 같은 꽃이 다시 피니
이건 변하는 거니 변하지 않는 거니
오늘 만난 것처럼 내일 만나고
올해 만난 것처럼 내년에도 만나고
그렇게 십년 만난 것처럼 그 다음 수십년을 만난다면
그렇게 사랑한다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지도 않느냐고 말할 것 아닌가
아니, 그런 것 말고
밤낮이나 사시사철 변화처럼
꽃이 피고 지고 하지만
내년에도 꼭 그 자리에 거의 변함없이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그런 사랑이이라면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말하는
너의 사랑은 어떻게 안 변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거니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