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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대리(代理)로 불멸(不滅)을 꿈꾸는가

by 두마리 4 2023. 11. 22.

대리 기사를 불러 대리 운전을 시켜서 집에 오면서 생각한다. 나도 대리 기사를 한 번쯤 해보고 싶다. 요즘은 대리 기사 등록을 해놓고 하고 싶은 날에 하고 싶은 시간만큼 하면 된다고 한다. 대리 기사를 직업으로 하는 경우보다, 투잡이나 아르바이트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시내버스나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또는 21조를 한 사람은 차를 몰고 뒤따라 다니는 경우도 있고, 전동 모노휠을 타고 다니기도 한다.

 

대리를 확장해본다.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을 대신하게 하면 대리. 대리 운전을 두어 달 또는 몇 년 간 지속하면 비정규직 또는 정규직 직업이 돼버린다. 대부분 자가 운전이 많지만, 경제력이 되는 사람들은 기사를 고용하기도 한다.

 

운전만 대리가 가능할까. 비용만 지불하면, 결혼식 하객도, 친구도, 애인도 대리가 되는 세상이다. 대리모(代理母)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대리모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민법조항에 따라 위법이다. 하지만 대리모 출산 자체는 처벌할 규정이 없다고 한다. 법률 사각(死角)을 이용해 현실에서는 이루어지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정자은행은 대리부(代理父)가 아닐까.

 

대리 친구나 대리 애인의 경우, 연장을 하면 어떻게 될까. 하루 이틀이 아니라, 일 년, 수 년 간 계약을 하면 진짜 친구나 애인이 될까, 여전히 대리일까. 별다른 애정 없이 경제적인 조건이나 계약만으로 거래하여 결혼한다면 그것은 대리 결혼일까.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도 기간이 문제다. 하루 이틀은 대리임에 분명하지만, ‘대리가 수십 년간 지속된다면 대리인지 아닌지 혼돈이 오지 않을까.

 

자동차는 내가 직접 걸어야 하는 것을 대리하는 게 아닐까. 휴대폰은 내가 직접 말하거나 써야 하는 것을 대리하고, 수많은 컨텐츠를 대리하는 것은 아닐까.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면 내 삶의 많은 영역을 인공지능이 대리하지 않을까.

 

인간은 자신의 죽음마저도 대리(代理)’시켜 불멸(不滅)을 꿈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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