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에 무를 뽑았다.
주말에 영하 5도까지 떨어진다는 일기 예보가 있었다.
기온 차가 크다. 목요일 낮 기온은 20도를 넘는데 이틀 후면 최저 기온이 영하 5도라니.
거의 같아 보이는 씨앗을 거의 같은 땅에 같은 날 뿌렸었다.
싹이 트는 게 조금씩 다른 것은 왜일까
생장 속도가 제각각 다른 것은 왜일까
어떤 것들은 크기가 두 배 세 배 이상 차이난다
같아 보여도 씨앗의 상태는 조금씩 달랐을 것이다
같은 밭이라도 토양의 조건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씨앗이 묻힌 두께가 달랐을 것이다
수분이나 퇴비의 정도도 달랐을 것이다
채소든 과일이든 물고기이든 같은 조건이면 큰 것이 왜 좋은 줄 알겠다
거의 같은 환경에서 자랐는데 크다는 것은
그만큼 병이나 장애나 고충이나 결핍 없이 컸다는 것이다
크다는 것이 좋거나 아름다움과 관련되는 이유를 알겠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이라
큰 열매는 남겨서 종자를 하거나
손님에게 큰 과실을 주고 자신은 작고 못생긴 과실을 먹는 이유를 알겠다
대형 식자재 마트에 가니
무 한 뿌리 천 원도 채 하지 않고
배추 한 포기 2천원 남짓 한다
생산자는 5백원, 1천원도 채 못 받으리라
농사를 지어 판다면 뽑는 인건비도 운송비도 안 나오는 가격이다
트랙터로 갈아엎는다는 말이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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