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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사랑

by 두마리 4 2023. 11. 27.

아름다운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김광석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노래했다.

과연 그럴까. 너무 아픈 사랑이야말로 찐 사랑이 아닐까. 아프지 않는 사랑이 사랑일까. 그런 사랑을 어디가서 사랑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적어도 많이 아팠지만 잘 이겨내고 결국은 겪은 아픔보다 더 큰 기쁨을 얻는 사랑을 성취해야 조금 재미있는 사랑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아프지 않는 사랑 이야기가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던가.

 

최고의 사랑은 너무 아픈 사랑, 비극적인 사랑, 보이지 않는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금지된 사랑, 짝사랑이 아닐까. 황동규는 즐거운 편지에서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고 노래한다. 이게 어떤 사랑인가. 적어도 화자가 사랑하는 사람과 말이나 편지를 주고받고, 만나서 음식을 같이 먹고 영화를 보거나 여행을 같이 다니는 그런 사랑은 아닌 것 같다. 부치지도 못하거나 답장도 없는 편지를 계속 쓰면서 계속 기다릴 수밖에 없는 사랑인 듯하다. 사랑하는 까닭이 기다림이 아니라, 기다림 자체가 화자의 대상에 대한 사랑이다. 편지에 대한 답장이 오는 순간 기다림과 함께 사랑이 끝날지도 모른다.

 

노래 가사에서도 아프거나 슬픈 사랑이 인기가 있다. 현인은 꿈속의 사랑에선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말못하는 내 가슴은 이 밤도 울어야하나라고 말한다. 고복수는 첫사랑에서 아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여울에 아롱 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멥니다신승훈은 보이지 않는 사랑사랑해선 안 될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더욱 슬퍼지는 것 같다/ 그중에서 가장 슬픈 건/ 날 사랑하지 않는 그대라고 노래한다.

 

사랑이 순조롭게 진행되서 결혼하고 아이 놓고 살면 사랑 때문에 아프거나 슬픈 일은 겪지 않는다. 또는 사랑하다 이별하더라도 미련없이 뒷끝없이 정리해버리고 끝내면 사랑으로 인한 고통은 없으리라.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 때문에 울고, 이별 뒤의 그리움으로 몸부림 쳐본 아픔이 있어 때때로 일렁이는 감정의 파도에 따라 가라앉아있던 앙금이 한 번씩 일어나는 게 좋을까. 어느 쪽이 좋을까.

 

사람들은 왜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좋아할까. 그보다는 덜 비극적인 내가 위로받을 수 있어서일까. 나도 경험을 해보고 싶은데 너무 아프고 처절할까봐 못하는 것을 대신해보는 감정을 느껴서일까. 이몽룡과 춘향도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비극적으로 끝났으면 더 세계적인 명작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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