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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시와 노래

by 두마리 4 2023. 12. 1.

옛날에는 노래와 시가 분리되지 않았다. 민요인 아리랑 타령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가사와 곡이 분리되겠는가. 도라지 타령도 마찬가지다. 고전 시가(詩歌)라는 말에서 보듯이 시와 노래는 붙어있었다. 고려가요의 경우도 악보가 있다.

 

현대의 시와 노래는 왜 멀어졌을까. 대부분의 현대시가 시의 형식적인 면, ()이나 율()을 너무 등한시해버렸다. 그나마 현대시조에서 4음보격의 음보율이 지켜질 뿐이다. 운율이 거의 없는 시에 곡을 붙이기란 쉽지 않다. 시가 노래 가사로 쓰인 경우도 있다. 운율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고, 내용도 많이 어렵지 않은 시들이다.

 

김소월의 시들은 노래로 많이 만들어졌다. ‘진달래꽃’, ‘부모’,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엄마야 누나야’, ‘못 잊어등이 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에 기나긴 밤’, ‘가고 오지 못한다는 말을/ 철없던 내 귀로 들었노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못 잊어 생각이 나겠지요/ 그런대로 한세상 지내시구려’ 2음보, 3음보의 율격을 지니고 있다. 의미나 정서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의 시에 곡인 붙인 가을 편지라는 노래다. 3음보의 율격이 있고, 내용 또한 쉽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지용의 시 향수도 운율이 있고 내용 또한 어렵지 않다.

 

유행가 가사의 운율과 내용을 보자. ‘당신은 나의 동반자/ 영원한 나의 동반자/ 내 생애 최고의 선물/ 당신과 만남이었어’ ‘동반자라는 노래다. 2음보격이고 글자수도 거의 35, 3(4)4자가 반복된다. 나훈아의 이란 노래 가사를 보자. ‘살다보면 알게 돼 일러 주지 않아도/ 너나 나나 모두 다 어리석다는 것을/ 살다 보면 알게 돼 알면 웃음이 나지’ 4음보(2음보 중첩)격이다. 글자 수도 4, 3이 대부분이고 2, 4(5~7)로 비슷하게 맞춰져 있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물에 빠져 죽었으니/ 장차 임을 어이할꼬최고 오래 됐다는 고조선의 공무도하가. 얼마나 담백한가. 하지만 담고 있는 정서는 결코 얕지 않다. ‘저 강둑길 따라 나뭇가지 꺾는다/ 기다리는 임은 오시지 않고 그립기가 아침을 굶은 듯 간절하구나/시경(詩經)에 나오는 여분(汝墳 저 강둑)’이란 시다. 얼마나 쉽게 간절한 정서를 드러내는가.

 

여러 번 읽어도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현대시들이 있다. 평론가들의 좋은 비평을 받기도 하고 문학상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 의미와 가치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2016년 밥 딜런의 노래(가사)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어떤 시를 써야 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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