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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자율주행

by 두마리 4 2023. 11. 23.

며칠 전 자율 주행을 해봤다. 울산에서 춘천, 춘천에서 경기도 군포, 군포에서 울산까지. 주로 고속도로 주행을 할 때 적용해봤다. 차선따라 핸들 자동 조종 모드, 제한 속도가 됐을 때 오토 모드를 누르니, 자동차가 알아서 차선을 지키고 앞차의 속도에 따라 조절했다. 차선을 바꾸고 속도를 더 올릴 때만 조작하면 됐다. 브레이크를 한 번 밟으면 자율주행이 해제되어 착각해서 사고가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자율주행의 폭은 점점 확대될 것이다. 출발부터 목적지 주차까지 설정해놓은 대로 자동차가 알아서 하는 날이 곧 올 것이다. 거의 모든 차들이 자율주행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정체된 곳에서는 천천히 가고, 차량이 드문 길에서 자동차가 알아서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비행접시처럼 발달한 드론을 타고 다닐 것이다.

 

문제는 믿음이다. 자율 주행 센서나 장치에 오류가 나면 어떻게 하나. 자율 주행을 하지 않아도 자동차에는 이미 컴퓨터 장치가 많이 들어 있다. 오류가 나면 위험은 비슷하다. 급발진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컴퓨터 시스템의 오작동이 염려된다면 자동차도 철저히 수동으로만 조작되는 것을 타야 하리라.

 

사람도 생존에 관련되는 것은 거의 자율이다. 자율신경계가 있지 않은가. 내 몸 속의 장기와 심장, 외분비샘, 내분샘을 자율적으로 통제하여 내 몸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혈액, 심장 박동, 소화, 상처의 치유 등 거의 대부분이 내가 의식하거나 인지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작동된다. 음식을 구해서 입에 넣고 씹어서 삼키는 정도까지가 수동이다. 숨 쉬는 것을 의식적으로 참을 수 있을 뿐이다. 손발과 다리를 움직이고 말하고 표정을 짓는 것은 수동으로 하지만, 그마저도 몸안에서 작동하는 것은 거의 자동 시스템이 아닐까 싶다.

 

사람 몸의 자율적인 생체 메카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당뇨, 고혈압, 심장병, 관절염, 뇌질환, 두통, 복통 등 온갖 질병이 생긴다. 치료를 하다가 제대로 안 되면 불편한 상태로 살아가다, 중요 기능에 오류가 생기면 자신의 의사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러다가 자동차처럼 폐차를 해야 할 순간을 맞게 된다.

 

나는 내 몸의 자율 기능을 믿어서 맡겨놓는 게 아니다. 내가 통제를 하지 않아도 대부분 알아서 잘 작동하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 자율기능이 잘 작동하도록 유지 관리를 잘해야 하리라. 수동으로 하는 말이나 행동도 제어가 안 될 때가 있다. 내가 나의 몸을 믿지 못하는 비율이 나이가 들수록 자꾸 늘어난다.

 

습관을 반복하면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면이 있다. 김유신이 술 취해 귀가할 때 말은 자율주행으로 기생 천관녀 집에 간 것이다.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 외출 때도 현관문을 나설 때는 자동차키를 챙겨서 나온다. 좋으면서 생존에 유리한 습관 몇 가지는 수없이 반복하여 자율 주행이 되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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