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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파동

살아 있다는 것

by 두마리 4 2023. 11. 20.

다니카와 슌타로의 산다라는 시를 읽는다.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목이 마르다는 것

나뭇잎 새의 햇살이 눈부시다는 것

문득 어떤 멜로디를 떠올려보는 것

재채기를 하는 것

당신의 손을 잡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그것은 미니스커트

그것은 플라네타륨

그것은 요한 스트라우스

그것은 피카소

그것은 알프스

아름다운 모든 것을 만난다는 것

그리고

감춰진 악을 주의 깊게 막아내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울 수 있다는 것

웃을 수 있다는 것

화낼 수 있다는 것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지금 멀리서 개가 짖는다는 것

지금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태아의 첫울음이 울린다는 것

지금 어디선가 병사가 다친다는 것

지금 그네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이 흘러가는 것

 

살아 있다는 것

지금 살아 있다는 것

새가 날갯짓한다는 것

바다가 일렁인다는 것

달팽이가 기어간다는 것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당신의 손의 온기

생명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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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타로의 시를 읽고 나도 살아 있다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흉내내어 시를 써본다.

 

살아 있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

똥 마렵다는 것

오줌 마렵다는 것

숨이 가쁘다는 것

배가 고프다는 것

배가 아프다는 것

머리가 아프다는 것

팔다리가 쑤신다는 것

부딪치면 아프다는 것

찢어지면 피가 난다는 것

코 막혀 숨쉬기 힘들다는 것

뛰어가는데 무릎이 아프다는 것

걸어가는데 발바닥이 아프다는 것

온몸에 열이나거나 한기가 난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은

살아 있기 힘들다는 것

살아 있다는 것은

죽을 것만 같다는 것

 

삶은 죽음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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