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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챌린지332

빈 집 어머니 돌아가시고 처음인 듯 고향집에 들어갔다 어머니 시집 와서 아버지와 함께 집짓고 35년 넘게 살았던 그집에 들어갔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35년 넘게 어머니 혼자 사시던 시골집에 들어갔다 이제 어릴 적 그대로의 모습은 감나무 한 그루 밤나무 한 그루 지금도 눈 감으면 선연하게 떠오르는 겨울철 해거름에 복령 망태기 짊어지고 대문에 들어서던 아버지 부엌에서 저녁밥을 준비하던 어머니 리어카 한 가득 땔감을 싣고 집으로 돌아오던 형님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모자 쓰고 들일 다니던 큰누나 집안에서 튀격태격 싸우고 울고 장난치고 웃고 하던 작은누나, 여동생, 남동생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 아버지 기제사 모신다고 아내, 동생 내외와 점심 때 들어갔다 저녁 때 나왔다 2023. 11. 12.
웃자람 고구마 줄기가 웃자란 것은 고무마가 거의 없다. 고구마는 덩이뿌리인데 줄기와 잎이 무성한 것은 뿌리덩이가 거의 없다. 줄기와 잎이 너무 자라지 않아도 뿌리덩이가 없다. 모든 작물이 거의 다 너무 웃자라도 너무 안 자라도 좋지 않다. 줄기와 잎이 넘치도록 무성한 것을 한자말로는 과번무(過繁茂)라고 한다. 번무(繁茂)는 번성(繁盛)이나 무성(茂盛)과 같은 말이다. 과번무(過繁茂)는 넘치게 무성하다는 것이다. 웃자람의 원인으로 질소과다, 과습(過濕), 통기(通氣) 부족, 일조량 부족 등을 꼽는다. 무엇이든 적정한 수준을 넘으면 좋지 않다. 주역(周易)에서도 좋은 것만 성(盛)하면 그 다음은 좋아지지 않을 일만 남았기 때문에 좋은 괘가 아니다. 중천건괘(重天乾卦䷀)는 양효(陽爻)만 여섯 개다. 굳세기만 하다. .. 2023. 11. 11.
오늘은 뭘 쓰지 별별챌린지 마감 시간이 한 시간도 채 안 남았다. 아침부터 오늘은 뭘 쓸까 생각한다. 수영장에 가면서 아파트 정원에 자라는 풀과 나무들을 본다. 전체적으로는 울긋불긋 단풍이 들고 있다. 단풍이 들지 않고 그냥 말라버리는 나뭇잎도 작년에 비해 많다. 명자꽃은 잎이 다 졌는데 봄인줄 알고 새잎이 몇 개 나 있다. 소바우공원에는 꽃을 피운 개망초도 여기저기 보인다. 쑥은 봄처럼 제법 수북하게 자라 있다. 수영장에서 오는 길에도 뭘 쓸까 생각한다. 소바우공원 너머 산골짜기 쪽으로 무지공원을 조성하고 있는데 공사기한이 10월 26일까지였는데, 아직도 공사 중이다. 공사 내용을 안내하고 공사 기간 동안 안전에 협조를 바란다는 플래카드는 며칠 전에 없어졌다. 아파트로 올라오는 계단 옆으로 대나무가 있다. 대나무꽃이 .. 2023. 11. 10.
돼지감자 돼지감자를 처음 먹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수년 전 제주도 청재설헌에 갔을 때 조식 반찬에 돼지감자가 들어 있었다. 식감이 아삭한 게 적당히 연하고, 맛이 깨끗하고 담백했다. 돼지감자는 맛없고 못생겼는데, 건강을 위해서 억지로 먹는 줄만 알았다. ‘이렇게 맛있는 걸 왜 안 먹은 거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감자는 농사에 신경쓸 게 없다. 한 번 심어놓고 그 다음 해부터는 캐 먹기만 하면 된다. 잘 번지고 그 어떤 잡초보다 생명력이 좋다. 다른 작물을 재배하지 않는 땅에 심으면 좋다. 자꾸 번져 나가지 않는 제한적인 땅에 심으면 좋다. 생으로 독특한 맛과 향기가 없는 너무 순수한 맛이다. 샐러드에 넣어 먹어도 좋다. 많으면 김치를 담아 먹어도 맛있다. 썰어 말려서 볶으면 아주 구수한 차가 된다. 돼지감.. 2023. 11. 9.